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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21세 ‘대세’ 신진서가 꼭 기억해야 할 것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연말의 바둑계는 ‘신진서’란 이름 석 자로 도배됐다. 2019년까지 박정환 9단에게 결승전 9연패를 기록하던 신진서 9단이 만 20세가 된 2020년 드디어 날아올라 한국바둑의 대세가 된 것이다. 그는 76승 10패를 거두며 승률 88.37%를 작성해 연간 최고승률 기록을 다시 썼다. 이창호 9단이 13세 때 작성한 88.24%(75승 10패)를 32년 만에 넘어섰다. 신진서는 바둑대상 MVP가 됐고 최다승, 최다연승(28연승)에 인기상까지 휩쓸어 5관왕이 됐다.
 

승률 신기록에 바둑대상 5관왕
새해 부담 떨치고 승부를 즐겨야

이창호 9단은 “내년에는 더 잘할 것이다”라고 후배를 향한 짙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신진서는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 단 한 번뿐이다. 하지만 그의 위상은 메이저 8회 우승의 커제 9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한국은 신진서, 중국은 커제. 그래서 ‘신진서 대 커제 10번기’ 얘기가 들려온다. 한국기원은 찬성. 중국기원은 ‘잘해야 본전’이라며 미지근한 반응이라고 한다. 이런 화제 뒤로 또 다른 소식들도 있다.
 
호주의 한상대 교수가 별세했다는 갑작스러운 부음이 전해졌다. 시드니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호주바둑협회장을 몇 차례나 역임했던 한 교수는 바둑광이고 여행광이었다. 호주 공무원이던 부인 박화서씨와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나도 그를 따라 호주 사막을 가로질러 에어즈록(Ayers Rock)까지 긴 자동차여행을 한 적이 있다. 서봉수 9단과 태즈메이니아에서 열린 호주오픈에 참가해 푸른 눈의 바둑꾼들과 대국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50년 가까운 세월, 한 교수는 호주에서 한국을 알리고 바둑을 알리는 데 힘썼다. 한국기원은 그에게 2020 바둑대상 공로상을 주었다.
 
월간바둑 신년호를 보니 남치형 초단(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의 은퇴 인터뷰가 실려있다. 제목은 ‘프로기사 종신제, 바꿔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동료의 기득권을 건드리는 무겁고 민감한 주제다. 남 교수는 30년 기사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한 이유에 대해 “스포츠에서 현역을 떠난 선수의 은퇴는 당연하다. 당장은 기사직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순환의 연속이다”라며 “이런 말을 떳떳하게 하려고 은퇴했다”고 말했다. 힘든 얘기를 했다. 그의 말이 숲에 던져진 씨앗 하나라도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한 시대가 간다.
 
바둑은 승부를 겨루는 도구이기에 바둑뉴스는 승부 얘기가 주를 이루지만 이곳에도 삶이 있고 골치 아픈 주제들도 많다. 신진서의 1선 클릭 사건, 아마 바둑대회 중단사태 등은 코로나와 관련 있다. AI 부정사건은 역설적으로 AI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
 
다시 승부로 돌아가면 한국 4위 변상일 9단이 중국 2위 양딩신 9단을 꺾고 TWT배 우승컵을 차지했다는 소식도 있다. 텐센트가 주최한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의 국제대회로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치러졌다. 그 ‘익명’ 탓에 한국기원도 공식 보도자료를 내지 못했다. 좀 복잡한 얘기다.
 
21세가 된 신진서는 올해 어느 때보다 심한 부담감을 갖고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넘치는 기대에 부응하려면 세계대회서 우승해야 한다. 얼마 전 중국의 양딩신은 신진서를 꺾은 뒤 이런 말을 했다. “신진서는 AI 연구, 기억력, 계산력이 모두 나보다 낫다. 그런데 나와 둘 때마다 한 번의 전투로 끝내려는 경향이 있다. 왜 스스로 무너지는지 모르겠다.”
 
양딩신은 겨우 23세. 하지만 신진서의 급소를 치는 좋은 충고를 던지고 있다. 신진서는 고비를 맞았다. 세계 일인자로 나가는 운명적인 고비다. 그가 최강자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승부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필승, 의무, 책임, 목표 같은 단어는 뇌리에서 지워야 한다. 이 점은 잠시 정체를 보이는 여자 강자 최정 9단도 마찬가지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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