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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놓고 선박 나포 홍보..."韓, 미국·이란 사이 인질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이란의 대치 현장에 말려든 모양새가 됐다. 외교가에선 “이란이 미국과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선박을 사실상 ‘인질’로 잡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 CNN은 한국이 양국 대립의 “애먼 피해자(neutral victim)”라고 보도했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한국 정부에 한국 유조선이 해양오염 활동을 여러 차례 했다는 민원을 접수받아 관련 사법절차를 개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의 행보를 보면 '순수한 사법절차'를 뛰어넘는다. 이란은 한국 선박 나포 장면을 자국 매체를 동원해 동영상, 사진 등으로 공개하며 국제사회에 적극 '홍보'했다. '상습 나포국'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데도 개의치 않았다. 현재 걸프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함정을 배치해 대이란 압박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즉 이란은 한국 선박을 전격 나포함으로써 미국을 향해 이란은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굴복할 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실제로 연말 내내 미국은 중동 지역에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지난 3일엔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복귀시키겠다는 계획을 뒤집고 계속 걸프해에 주둔하도록 했다. 
 
특히 이란은 오는 20일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란핵합의(JCPOA) 재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란이 이를 염두에 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선제적 압박'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란은 내부적으로도 미국에 대해 뭔가 보여줘야 하는 정치적 상황에 처해 있었다. 지난해 11월 자국 핵과학자 암살과 지난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1주기를 계기로 미국을 향한 보복을 다짐해왔다. 이란은 4일엔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높이며 미국을 공개 자극하더니, 돌연 한국 선박도 자신들의 영해로 끌고 갔다. 미국을 직접 건드리는 대신 미국의 동맹국을 선택해 대미 시위를 한 셈이다.
 
‘이란, 한국선박 나포’ 한국-이란-미국 관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란, 한국선박 나포’ 한국-이란-미국 관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란은 대외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완전히 기술적 사안”이라며 “정치적 목적이 아닌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본격적인 무력 개입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은 공개적으로 이란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이란은 한국 국적 유조선을 억류한 것과 관련해 즉시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선박 나포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 선박 나포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5일 면담에서도 논의됐다. 외교부는 두 사람이 이번 나포와 관련된 한미 양측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단 미국도 이란도 한국 선박 나포를 계기로 페르시아만에서 군사적 충돌을 불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선 대다수다. 하지만 이란이 한국 선박 나포를 통해 향후 대미 성과를 노리려 할 수 있어 우려된다. 현재 이란에겐 차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한 핵 협상에서 제재 완화를 이끌어낼 지렛대가 필요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란이 핵 합의에 복귀한다면 미국도 그렇게 하겠다는 의사를 꾸준히 밝혔다. 이란은 “탄도미사일을 의제로 한 협상은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내심 오는 6월 대통령 선거 전 미국과 협상을 매듭짓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한국 유조선 억류를 고리로 삼으면서 속내는 미국의 더 많은 양보를 노릴 경우 억류자 석방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외교부는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비롯한 대표단을 이란으로 파견해 나포 선박과 관련한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사전에 예정됐던 오는 10일 이란 방문을 그대로 추진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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