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평점 사회’
네티즌들 평점, 영화 흥행에 영향
제작사, 댓글 알바 동원해 맞불도
미쉐린 가이드도 ‘별’ 거래설 논란

영화 ‘82년생 김지영’ 메인 포스터.
영화 시장에 도입된 네티즌 평점은 해당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를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됐다. 영화평론가와 같은 전문가의 시각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대중의 호응을 얻는 작품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네티즌 평점이 영화 흥행에 영향을 주게 되자 영화사들은 소위 ‘댓글 알바’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평점을 높이는 ‘마케팅 기술’을 쓰기도 했다.
평점이 공신력을 잃자 일각에서는 실제 관람객에게만 평가 권한을 주거나 평점 기능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평점 시스템 그 자체보다는 이를 악용하는 비정상적 행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 사이트나 극장이 하지 않더라도 평점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별점이 엄지손가락이 되거나 토마토로 바뀐다 해도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며 “평가자의 수가 많아지면 평점 테러나 조작의 영향력은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점 테러와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은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논란’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만들어 대개는 영화 흥행에 악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미식업계도 별점의 공신력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5년 전부터 서울판을 발간하고 있는 120년 역사의 레스토랑 가이드인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는 2019년 뒷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미쉐린 가이드는 레스토랑 등급에 따라 별점을 부여한다. 별 3개가 만점인데 별 2개만 받아도 당장 레스토랑 매출이 50%나 상승할 정도다.
한 음식점 대표는 미쉐린 측이 컨설팅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비용을 요구하고 미리 방문 날짜와 평가 내용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논란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스타셰프 어윤권씨가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구체적인 심사 기준과 방법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