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이동 없는 '가상 세계화', 현실로
![왼쪽부터 리처드 볼드윈 제네바국제경제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짐 데이토 하와이대 명예교수.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4/a3ebd04c-9c86-474c-9de9-a2a59f44ec33.jpg)
왼쪽부터 리처드 볼드윈 제네바국제경제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짐 데이토 하와이대 명예교수. [중앙포토]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좋은 예다. 20년간 사업한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자기 집도 텍사스주로 옮겼다. 오라클·HP 등 다른 IT 기업들도 탈(脫)실리콘밸리 러시에 뛰어들고 있다. 원격근무가 노멀이 된 이상 높은 물가·세금을 감당해야 하는 거대 도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재택근무 일상화…"성과평가 기준 바꿔야"

세계석학들이 말하는 포스트팬데믹.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튼 교수는 "팬데믹 이전에 우린 너무 긴 통근 시간을 견뎠고, 쓸데없이 많은 회의를 했으며, 가족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않고 살았다"며 "팬데믹이 끝나도 이젠 그런 '나쁜 습관'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익숙해진 '언택트' 장보기나 줌 원격근무 등을 통해 시간여유가 생겼고,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에도 가족·친구들과 닿을 기술을 터득했으니 예전처럼 살 이유가 없단 얘기다.
그래튼 교수는 일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바뀐다고 내다봤다. 급여는 노동시간이 아닌 프로젝트의 완성도와 더 직결될 것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앞으로 더 유연하게 일할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는 중요치 않다"는 것. 그래튼 교수는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경제학)가 2013년 원격 근무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9개월간 진행한 실험을 언급했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보다 13% 더 높다는 것. 이 연구는 현재까지도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된다.
블룸 교수는 지난해 9월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미국인들의 출퇴근 시간은 매일 6000만 시간 줄어 들었고, 이렇게 아낀 시간 중 3분의 1을 일에, 나머지는 가사·육아에 쓴다"는 연구 결과도 냈다. 그래튼 교수는 "앞으로 기업은 이렇게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불이익이 받지 않는 합리적 평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멀어진 글로벌, 새로운 거버넌스 필요"
데이토 교수는 "팬데믹 이전의 '노멀'(표준)로 돌아가려 하거나 미래는 어떨 것이라고 현재를 기준으로 가정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등 신기술이 빠르게 진화해 사람까지 일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실직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노동 없이도 의미있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지 '완전한 비고용'(Full Unemployment)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선영·정종훈 기자 dynamic@joongang.co.kr
영상 기획=정종훈·김태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