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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빚투, 부동산은 영끌…코로나 공포의 1년 경제결산

2020년 한 해가 곧 저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이른바 ‘C의 공포’와 내내 씨름해야 했던 1년이었다. 경제 부문별로 올해를 결산해봤다.
2020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로 사거리에서 퇴근길을 재촉하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2020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로 사거리에서 퇴근길을 재촉하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①경기 전반 : 코로나가 불러온 IMF 환란급 위기  

경제의 전체 규모를 보여주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1998년(-5.1%)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한다. 22년 전 한국 경제와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던 국제통화기금(IMF) 환란급 위기를 지금 겪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금년 -1%대 성장률을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20여 년 만의 역성장 가능성을 정부가 인정했다. 이마저도 낙관론에 가깝다. 11월 시작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19 3차 확산의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올해 -1%대 경제성장률을 두고 정부는 ‘K방역’의 성공으로 피해가 작아서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데, 주요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선방한 수치는 맞다”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가계와 정부 부문에서 수백조원 부채를 늘려가며 경제성장률 추가 추락을 막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 코로나19 확산세가 내년 초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그 충격은 최소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라며 “정부는 내년 경제가 3.2% 성장하며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 예상하는데, 정부ㆍ 가계ㆍ기업의 재무구조가 크게 취약해지고 위기의 장기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②내수 : 세 차례 충격에 벼랑 끝 자영업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이 시행 중인 30일 오후 서울 명동의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이 시행 중인 30일 오후 서울 명동의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 한 해 내수 시장은 가장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2월과 8월, 11월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세 차례 크게 번지면서다. 충격을 딛고 회복하려고 할 때마다 코로나19는 확산을 거듭했다. 끊임없는 코로나19 감염 공포와 반복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에 따라 가게도, 지갑도 닫혔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세 번째로 크게 번지기 시작한 11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0.9%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번졌던 2월(-0.5%) 수준을 웃돈다. 2월 충격이 3월(-7.0%), 4월(-3.0%)까지 이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3차 확산에 따른 소비 한파는 이제 시작이다. 자영업계는 벼랑 앞에 섰다.
 
정부의 섣부른 대책은 오히려 위기를 키웠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완벽한 정책 실패였다”고 단언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제대로 억누르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는 대면 중심의 소비 쿠폰 뿌리기, 광복절(8월 15일) 임시 공휴일 지정 등 경기 진작 대책을 실시했다. 경제 회복 조급증 탓이다. 정부의 판단은 재확산의 단초가 됐다.
 
신 교수는 “정부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데 미적거렸고, 피해를 본 쪽에 선별 지원해야 하는데 표를 의식한 나머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두에게 뿌렸다”며 “또 피해 규모에 비례해 지급하는 게 맞는데, 이번 3차 재난지원금 역시 맞춤형이라곤 하지만 집합금지 업종 300만원, 집합제한 200만원 등 일괄 지원하며 이전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③수출 : 완만한 회복 이면엔 극심한 양극화

한국 수출의 교두보인 부산 신항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 수출의 교두보인 부산 신항의 모습. 연합뉴스

시작은 암울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미ㆍ중 무역 분쟁에 코로나19 팬데믹 파고까지 덮치면서 수출액 증가율(전년 대비)은 올 4월 -25.6%, 5월 -23.8%까지 고꾸라졌다. 희망이 보인 건 하반기 들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봉쇄 정책)’과 재택 근무 확산, 비대면ㆍ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한국 수출 시장에 새로운 동력을 가져다줬다.  
 
한국 수출 산업계 강점이었던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무선통신기기ㆍ이차전지ㆍ가전제품 등이 코로나19 위기 속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보건ㆍ의료 분야 수요 급증과 맞물려 바이오헬스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액은 458억1000만 달러(약 49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12월 역시 회복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수출 경기 회복 속에 그림자도 남았다. 심각한 양극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올해 수출은 위기 속에 선방했지만 업종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디지털, 의료ㆍ건강 용품은 예년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보였지만 전체 경기에 영향을 받는 나머지 기계ㆍ철강ㆍ석유화학 등은 침체를 겪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충격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고 업종 간, 품목 간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내년 수출을 낙관하기엔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④자산시장 : 동학개미는 ‘빚투’ 부동산은 ‘영끌’

2020년도 증권 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52.96p(1.88%) 상승한 2873.4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020년도 증권 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52.96p(1.88%) 상승한 2873.47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올해 코로나19 한파와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인 부분이 자산시장이다. 국내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코로나19 대응용으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가 동력이 됐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위기였다. 지난 3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1439.43까지 고꾸라졌다. 하지만 ‘주식을 싸게 살 역대급 기회가 왔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위기 시 폭락했던 증시는 언젠가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이들을 증시로 불러들였다. 올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동학개미의 등장이다.  
 
연휴를 앞둔 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30일. 코스피는 역대 최고인 2873.47로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8만 전자(종가 8만1000원)’를 찍었고, 코스닥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968.42로 마무리했다. 올 한 해 코스피는 30.8%, 코스닥은 44.6%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동학개미의 힘이 컸다.
 
바닥인 경기와 따로 노는 나 홀로 증시 활황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동시에 남겼다. 바로 ‘빚투(빚을 내 투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29일 1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8.5% 급증했다. 지난 14일 19조원을 사상 처음 돌파한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을 계속 써나가는 중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번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12월 셋째 주간(2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를 기록했다. 28주 연속 상승에, 오름 폭은 7월 셋째 주 이후 최대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세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전ㆍ월세도 함께 치솟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 공급 부족, 저금리,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서다.  
 
부동산 시장도 증시와 같은 난제를 안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문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진한 경기와 극명하게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자산시장에 거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나타나고 경제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 미국ㆍ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데 그때 부채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자산가 비중이 큰 부동산 시장보다 증시에 더 즉각적으로 충격이 갈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젊은층,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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