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전 의원은 17대 국회부터 20대까지 내리 네 번 배지를 달았고 지난해엔 원내대표로 제1야당을 지휘하며 대선주자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올해 4ㆍ15 총선에서 낙선했다. 자녀 논문 의혹 등 가족 관련 13건의 고발 사건은 최근에서야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지역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러나 그는 “이제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했고, 가족 관련 의혹이 대부분 정리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말로 들렸다.
- 국회를 떠난 지 반년이 됐다. 어떻게 지냈나.
- 총선 뒤 여유가 생겨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나경원의 증언』 이란 책도 냈다. 2019년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게 헌정사에서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 원내대표를 할 때 가족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가 최근 13건의 고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됐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태에 소위 '물을 타려고' 시작된 일이었다. 먼저, 맘 카페에서 원정 출산 의혹을 제기했다. 내가 2000년에 개원한 LA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1997년에 태어났다. 바로 허위주장이라고 반박했더니 다음엔 ‘2000년에 공식 개원했지만, 1997년부터 사실상 영업을 했다’더라. 끝도 없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엄청난 압박에도 검찰이 더 수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하… 정말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 패스트트랙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다.
- 정치적으로 잘못된 법을 여당이 밀어붙인 게 패스트트랙 사태의 본질이었다.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 선거법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우려한 모습 그대로 아닌가. 이 정권이 급한 것 같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협상 때 분명 '임기 마치기 6개월 전까지만 출범하게 해달라'더니 지금 더 서두른다. 원전 수사 등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거다.

지난해 11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총회.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오른쪽 네 번째)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앞줄 오른쪽 세 번째) 등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원천무효", “친문무죄 반문유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총선 전 그는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자제했다. 선거 때라 민감한 시기였고, 직전까지 원내대표를 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엔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 총선 패인을 분석해봤나.
- 사실 선거는 막판 3주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뛸 때 '우리 당이 못해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공천이 호떡공천이라고 불릴 만큼 마구 뒤집어지니 신뢰를 잃었고, 소위 막말 사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해서도 당이 매끄럽게 대응하지 못했다.
- 현 지도부는 어떻게 보나.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외연 확대에 집중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우파 통합과 같은 부분에서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좀 플러스 정치로 가야 하지 않을까. 주호영 원내대표는 하고 싶은 대로 안 되는 게 많을 거다. 원구성 당시 논의도 했는데, 나는 '절대 상임위원장을 다 내주면 안 된다, 꼭 지켜달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도 생각이 같다고 했지만 관철하지 못하더라. 그런 면에서 아쉽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로 나 전 의원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렸다. 최근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참전으로 판이 더 커졌다. 여론조사 선두권인 나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나 전 의원은 확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안 대표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던졌다.
-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관심도 있는 거로 안다. 출마를 망설이는 이유가 뭔가.
- 사실 최근까지는 정치를 좀 내려놓고 있었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느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서울시장은 2011년 오세훈 전 시장이 갑자기 사퇴할 당시 당이 강하게 요청해 출마한 적 있다.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출마했지만, 서울시를 들여다보고 깊은 고민을 한 경험이었다.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비전은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단순히 시장 자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이겨야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다. 중요한 선거인 만큼 더 깊이 고심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여권의 '나경원 죽이기' 공작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뜻인가.
- 흥미롭지 않나. 대선에 나오신 분이 이제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다고 하는데. 높이 사는 것은 '이번 선거가 결국 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굉장히 공감한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경선 룰 같은 문제 때문에 또 이 분(안 대표)이 같이 안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닌가, 이런 걱정이다. 처음 말씀하신 뜻을 끝까지 지켜줬으면 한다. 지켜볼 일이다.
-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이지만, 총선 때 정치신인과 맞붙어 낙선한 점 등을 들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여권의 ‘나경원 죽이기’ 공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총선 때 민중당 후보는 지하철역에 서서 ‘친일파 나경원을 떨어뜨리러 왔다’고 말했다. 친일 프레임으로 엮은 거다. 한쪽에선 MBC가 나섰다. 세 번이나 나경원 특집 방송을 했다. 앞뒤 자르고, 교묘하게 편집하니 정말 나쁜 사람 같더라. 해당 의혹은 다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방송 후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동작을 선거는 여권 전체가 기획해 나를 낙선시킨 선거였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모두 당 밖에 있는 안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떻게 보나.
- 안 대표가 1위라는 건 아직 의미가 없다. 오차 범위 내일 뿐 아니라 당내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더하면 안 대표보다 훨씬 높다. 대선의 경우 당 입장에선 좀 아프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은 반문재인 세력의 승리가 중요하고, 그걸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당 밖의 윤 총장이 1등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윤 총장이 따로 대선에 출마해도 정권교체만 되면 나쁠 게 없다는 뜻인가.
- 혼자서 후보가 될 수는 없을 거다. 결국은 연대하지 않을까.
인터뷰=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여운하

나경원 정치언박싱 썸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