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사고판 금액이다. 이전 최대였던 지난해(409억 달러) 거래금액의 5배에 가깝다. '동학 개미' 뺨치는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 열풍의 결과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락했던 세계 증시가 강한 반등세를 보이자 해외 주식을 쓸어담았다. 상반기에 주로 미국 기술주에 투자했다면 하반기엔 중국·일본 주식으로 손을 뻗었다. 세계는 넓고 주식은 많았지만, 서학 개미의 눈에 든 종목을 정리했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증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2/30/d91b3d28-40a5-4d76-b753-416974b8a966.jpg)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증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해외 주식 거래액, 지난해의 5배
서학 개미에게 테슬라와 애플은 절대적이다.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액(194억 달러)에서 두 종목이 25%를 차지할 정도였다. 서학 개미에겐 스테디셀러인 두 종목의 몸값에 탄력이 붙은 건 지난 7~8월 액면분할 소식이 알려진 뒤다. 주식을 쪼개면 1주당 가격이 내려가고, 그만큼 투자자가 몰려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로 순매수 규모가 급증했다.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과 영국의 ARM을 인수한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기술주가 서학 개미의 러브콜을 받은 해외 주식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투자자가 올해 많이 산 해외주식 20종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에 올라탄 스마트머니도 적지 않았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트러스트 QQQ(INVSCQQQ S1)'와 테슬라 등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ARK이노베이션 ETF(ARKK)'가 각각 순매수 7위와 11위에 랭크됐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뛰는 대형 기술주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선호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일본 주식도 눈독=기술주 사랑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와 샤오펑(小鵬)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데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갈등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 투자 영토는 중국과 홍콩·일본까지 확대됐다. 국내 투자자가 올해 순매수한 중국 주식만 11억2816만 달러(1조23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홍콩과 일본 주식도 각각 9억539만 달러(9850억원), 1억5505만 달러(1685억원)가량 사들였다.
서학 개미들이 미국 이외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건 중국의 반도체 기업인 SMIC(13위)다. 이 회사는 홍콩과 중국 증시 두 곳에 상장돼 있는데, 서학 개미는 홍콩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일본 주식의 경우 완구·게임회사인 반다이남코(15위), 화학회사 쇼와덴코(19위), 콘텐트기업 카도카와(20위)가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언택트(비대면)주를 중심으로 중국·일본 주식에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 뉴스1
투자 땐 환 손실 고려해야
니오의 투자수익률은 네자릿수를 기록했다. 연초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1140%에 달한다. 서학 개미가 많이 산 애플(85.0%)과 아마존 수익률(79.87%)은 80%에 육박하고, 엔비디아는 110%가 넘는다. 반면 해즈브로(-11.35%)나 보잉(-35.12%)에 투자했다면 원금 일부를 까먹게 될 처지다. '사기 논란'에 휘말린 미국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주가는 한때 주당 80달러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거의 5분의 1토막 났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은 현지 통화로 투자해야 해서 환 손실 위험이 있고,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조정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