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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로 시작된 秋·尹 전쟁 1년...文 사과로 1막 끝났다

2020 결산 / 추미애vs윤석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 결산 / 추미애vs윤석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은 명의가 아니다."
 
2020년 1월 겨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수술론'을 꺼냈다. 검찰 특수부의 별건수사 관행을 정조준하며 '추의 개혁'을 시작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직진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혁의 대상이 됐다. 이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추·윤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카드까지 나왔다.
 
하지만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를 취소한 데 이어 2개월 정직 징계처분까지 집행을 정지하면서 추 장관이 되레 불명예 퇴진 수순을 밟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전쟁의 시작인지 알 수 없지만 1막이 끝난 법조계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첫 번째 겨울 '한파'…정권 연루 수사 검사 대거 좌천

이상 고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따뜻했던 지난 1월 3일 추 장관은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한 취임식에서 서초동 대검찰청에 한파를 예고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한 '줄탁동시(啐啄同時)'"를 강조하며 검찰의 자발적 쇄신을 요구했다. 윤 총장이 직전 특수부를 대폭 축소하고 부정부패 및 공직·선거 등 중대범죄에만 직접 수사를 집중하겠다는 자체 개혁방안을 발표한 걸 인정 않는다는 뜻이었다.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같은 달 8일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하고,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동시켰다. 조국 전 장관과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윤 총장의 수족부터 처낸 셈이다. 곧바로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수사에 관여한 윤 총장의 검사들을 좌천시켰다. 
 
검사장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하며 검찰 수장인 총장의 의견을 묻는 절차도 건너뛰어 '윤석열 패싱' 논란을 낳았고 "윤석열 사단에 대한 대학살 인사"라는 원색적인 평가까지 받았다.

 
윤 총장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같은 달 29일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에 추 장관은 이들의 공소장 전문 대신 '공소사실 요지'만 공개해 또 논란을 불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인사 문제로 충돌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의견개진) 명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윤 총장 측은 “제대로 된 협의가 아니어서 불응했다”는 입장이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인사 문제로 충돌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의견개진) 명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윤 총장 측은 “제대로 된 협의가 아니어서 불응했다”는 입장이다. 뉴스1

짓궂은 봄, '채널A' 사건으로 尹 징계 명분 쌓기

올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N번방 사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사건까지 나라가 어수선할 때다.
 
MBC의 3월 31일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소강 상태였던 추·윤 갈등에 불을 지폈다. 채널A 당시 법조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이튿날 추 장관은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친정권 성향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각각 감찰과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 총장은 채널A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윤 총장이 6월 채널A 사건을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지시한 데 이 중앙지검장이 공개 항명하며 대리전 양상을 벌어졌다.
 
나중에 중앙지검 수사팀이 당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의 녹취록을 대검 지휘부에 왜곡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채널A 기자는 7월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한 검사장은 5개월여 추가 수사에도 뚜렷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사건 지휘과정에서 윤 총장이 감찰 중단과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지시한 걸 이유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의 명분으로 삼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이 4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MBC 뉴스데스크에서 제기한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협박성 취재와 검찰과의 유착 의혹 관련 채널A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이 4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MBC 뉴스데스크에서 제기한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협박성 취재와 검찰과의 유착 의혹 관련 채널A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뜨거웠던 여름, 초유의 수사지휘권 발동

추 장관은 7월 2일 대검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시키고 채널A 사건에서 윤 총장의 검찰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헌정 사상 두 번째였다.
 
윤 총장은 전국 검사장 회의의 의견을 참고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을 요청했지만, 추 장관은 "좌고우면 말고 지휘에 따르라"며 이마저 거부했다. 윤 총장은 일주일 만에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는 5줄짜리 입장을 내놨다.
 
먼저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됨"이라고 했다. 하지만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음"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 지휘권 박탈처럼 부당한 지시임을 밝혔다. 그러곤 침묵을 이어갔다.
 
8월 추 장관은 2차 '대학살' 인사를 단행했다. 채널A 사건을 수사 지휘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신성식 3차장 검사를 각각 대검 공공수사부장,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윤 총장을 대검에서 고립하는 포석이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뉴스1

절정의 가을, 秋의 총공세 '尹 현상' 불러

추 장관은 가을에 다시 한번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 술접대 등을 폭로한 게 발단이었다. 이 지검장은 이미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윤 총장 장모의 2012년 불법 요양병원 설립 사건 수사를 재개하며 힘을 보탰다. 
 
추 장관은 10월 18일 윤 총장에게 라임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의혹 수사 전반에서 손을 떼라고 명령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아들 군 특혜 의혹 수사로 검찰에 대한 악감정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침묵하던 윤 총장은 10월 22일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라고 반발했다. 여당 법사위원들의 맹공을 기대 이상으로 응수하는 장면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자 '윤석열 현상'을 불렀다. 여론조사에서 현직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으로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 냉랭해진 겨울, 尹 징계 처분에서 복귀까지

윤 총장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11월 5일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자 추 장관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칼까지 빼들었다. 11월 24일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어 추 장관이 임명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지난 15일 윤 총장에 '정직 2개월' 처분을 결정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 이를 재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선 검찰총장 징계는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4일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효력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급속히 힘을 잃었다. 이번엔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25일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 대통령에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제청하며 사의를 밝힌 상태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는 판사 출신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으로 1막 추·윤 전쟁의 승자가 됐지만, 2021년 7월 24일 임기를 마칠 때까지 2막, 3막이 계속될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인사는 "여권이 앞으로 윤 총장 개인에 대한 공격을 더 하기 힘들 지 모르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출범과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 등 막강한 권한으로 검찰 힘 빼기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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