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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소득주도성장?…시진핑 요즘 '수요 개혁'에 꽂혔다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정부 입에서 못 들었던 말이 나온다. 정치국 이름으로 말이다.

"공급 측 구조 개혁을 확고히 틀어쥔 가운데 동시에 수요 측 개혁에도 주력해야 한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수요 측 구조 개혁(수요 개혁). 이 단어가 중요하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처음 나온 말이라서다. 공급 측 구조개혁(공급 개혁)은 이미 2015년 말 나왔다. 산업의 비효율 과잉생산, 부채 감축 등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자는 취지였다. 수요 개혁은 이번에 처음 꺼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한 말이 아니다. 이어진 정치국 발언을 보자.
 
“수요가 공급을 견인하고, 공급이 수요를 창조하는 더욱 높은 수준의 동태적인 균형을 형성해 국민경제의 전체 효율을 높여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 대등하다고 천명했다. 공급 개혁에 이어 수요 개혁에도 집중한다는 선언이다. 정치국 명의 발언이지만, 당연히 회의를 주재한 시 주석의 생각이다.

시진핑은 왜 수요 개혁을 외쳤나.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경제의 두 가지 축. 공급과 수요. 이 둘을 개혁하자. 역시 얼핏 들으면 당연한 소리다. “배고프니 밥 먹자” 같은. 공자님 말씀 말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시 주석이 5월부터 내세우는 경제전략이 쌍순환(雙循環)이다. 국내 시장(국내순환)을 중심으로 해외시장(대외순환)까지 이중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속내를 풀자면 코로나19와 미국 경제제재로 당장 수출이 힘드니 일단 국내 시장을 잘 키워 버티겠다는 거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전략의 방점은 국내 순환이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게 수요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국내 소비는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구조 개혁을 통해 수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통해 수요를 중국 경제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외부의 도전에 직면한 중국은 국내 수요와 내부 혁신에 더 의존해보려 한다”며 “(수요 개혁은) 쌍순환 전략에 딱 들어맞는다”고 분석한 이유다.

중국, 수요 키우는 일 예전에도 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대적으로 했다. 코로나19와 못지않은 경기 침체가 중국 시장을 강타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대적 투자다. 도로, 철도, 교량 등 각종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을 벌였다. 민간 시장에도 개입했다.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했다. 말이 투자지 사실상 현금 살포 수준이었다. 효과는 있었다. 중국 경제는 반전했고, 지난 10년간 성장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부작용을 잉태했다. 중국의 만성적 고질병인 ‘부채’가 이때 공고화됐다.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빚은 이제 국가 예산으로 돌려막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그렇기에 시 주석은 2008년처럼 현금 살포 잔치로 수요를 살릴 수 없다.

수요는 키워야겠는데, 빚을 더 늘릴 수는 없고...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해법으로 ‘수요 측 구조개혁’을 내세운 이유다. 사람들이 쉽게 돈을 못 쓰는 원인. 이걸 찾아내 고치면 수요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 방안은 아직 없다.
 
하지만 차이신(財神), SCMP, 디플로맷 등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개혁의 방향은 ▶소득 분배 개선 ▶부동산 시장 안정 ▶사회보장제도 강화 등이다. 부유층에 집중된 부를 분배하고,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사회보장제도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적재적소로 지원을 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리쉰레이 중타이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확대는 소득 격차 해소를 통해 중하 수입 계층이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정책 목표만 보면 한국 문재인 정부에서 집권 초 드라이브를 걸었던 소득주도 성장과 유사해 보인다. 다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포커스가 맞춰졌던 한국과 달리 구조 개혁을 표방한다는 점이 다르다.
 
저우신 SCMP 에디터는 “과거 중국은 (수요 진작을 위해) ‘땅을 파고 메우는 일만 해도 돈을 주자’는 케인스 방식을 썼다”며 “이게 어려운 시진핑 주석은 카를 마르크스가 밝힌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인 ‘풍요 속 노동계급의 빈곤’을 해결해 수요를 늘리려 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게 쉽나.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소득격차 해소, 집값 안정. 어느 나라도 하고 싶어 한다. 가능했으면 누가 해도 먼저 했다. 하지만 어렵다. 한국을 보자.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도리어 고용불안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한다. 저우신은 “국부를 잘 분배해야 하는 건 다 안다. 하지만 잘 분배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마르크스는 분배의 문제점은 훌륭하게 분석했지만,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여기에 중국 경제 발전의 토대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차이신은 “중국 정부의 투자는 철강 등 비효율과 부채에 허덕이는 전통적 산업을 정리하고 신경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봤다. 5G,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친환경 에너지 등 이른바 신 SOC 분야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 과정에서 돈이 샌다면? 지방정부의 빚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의 수요 개혁. 앞서 밝힌 대로 허울뿐인 ‘공자님 말씀’이 될까. 아님 ‘대국의 저력’을 보여줘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부러워하는 계기가 될까. 2021년 중국 경제를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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