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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샤워신 위해 운동, 근육은 안 붙고 얼굴만 멸치처럼…”

배우 차인표의 실제 이미지를 코믹하게 비튼 영화 ‘차인표’. 김동규 감독은 이 영화 이후 그의 새로운 ‘밈’이 유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배우 차인표의 실제 이미지를 코믹하게 비튼 영화 ‘차인표’. 김동규 감독은 이 영화 이후 그의 새로운 ‘밈’이 유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극 중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혀버린 것처럼 제 이미지에 스스로가 포박당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왕 이미지를 깨트릴 거면, ‘차인표’만한 영화가 없겠다. 왜냐면 다 보여주니까. 그런 생각에 흔쾌히 하게 됐죠.”
 

코미디영화 ‘차인표’ 주연 차인표
1월1일 넷플릭스로 190개국 공개
착각 속에 사는 왕년의 스타 역할
‘극한직업’ 제작사 5년 전 출연 제안
“그땐 말리던 아내, 뭐라도 하라네요”

2021년 새해 첫날 넷플릭스 코미디 영화 ‘차인표’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선보이는 배우 차인표(53)의 말이다. 28일 김동규 감독, 매니저 역 배우 조달환과 함께한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26년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차인표’는 실제 배우 차인표의 이미지를 비틀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다.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차인표 신드롬’을 일으킨 배우 차인표가 왕년의 영예를 되찾으려 고군분투하는 내용. 여전히 스타란 착각 속에 살던 그는 샤워하러 들어간 외딴 건물이 붕괴하며 지하에 갇히게 된다.
 
지난해 영화 ‘극한직업’으로 1626만 관객을 웃긴 영화제작사 어바웃필름이 신인 김동규 감독과 5년 전부터 준비했다. 각본을 겸한 김 감독은 “이미지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배우가 한번 구축된 이미지 속에서 벗어날 수 없어 발버둥치면서 굴레를 탈피하고 싶어하는 영화를 구상했다”며 “차인표 선배님은 제가 생각한 ‘표본의 톱스타’다. 허구의 인물보다 실재 인물이 그 이미지 그대로 나온다면 보는 분들이 주제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지금도 제목을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는 차인표는 5년 전 처음 제안받았을 땐 출연을 거절했다고 했다.
 
28일 ‘차인표’ 온라인 제작보고회 화면. 차인표(위부터 시계방향)와 출연 배우 조달환, 김동규 감독이 거리 두기를 위해 각자의 공간에서 화상 간담회에 접속했다.

28일 ‘차인표’ 온라인 제작보고회 화면. 차인표(위부터 시계방향)와 출연 배우 조달환, 김동규 감독이 거리 두기를 위해 각자의 공간에서 화상 간담회에 접속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정체를 잘 모르는 감독, 제작사가 내 이름으로 된 영화를 갖고 와 의심이 들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안티’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다. 이어 “영화 속 차인표는 (경력의) 정체가 극심한 상황이라 현실 부정을 하게 되더라. ‘나는 안 그런데 왜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해야 하지?’란 생각이 들어 거절했다. 그런데 5년이 흐르며 내 현실이 영화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극심한 정체기가 오면서 ‘차인표의 매트릭스’에 갇힌 느낌. 이것을 풀려면 영화에 출연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죠. 아내(신애라) 반응요? 5년 전엔 할 필요가 있겠냐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고는 그냥 하라고, 뭐라도 하라고 하더군요.”(웃음)
 
그사이 어바웃필름이 ‘극한직업’으로 실력을 입증한 터. 5년 전 차인표의 거절에 김 감독이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답메일을 보냈던 것도 이번 출연 성사에 한몫했다. “거절당하고 기분도 안 좋았을 텐데, (제작사가) 잘돼서 진짜 다시 저를 찾아온 거예요.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죠.”
 
‘별은 내 가슴에’ ‘그대 그리고 나’ ‘왕초’ ‘그 여자네 집’ 등 MBC 드라마를 주름잡던 2000년대까진 톱스타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차인표다. 상대 배우 신애라와 결혼한 계기가 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선 색소폰·바이크를 즐기며 손가락을 가만히 흔든 동작만으로 당대 최고 로맨티스트에 등극했다.
 
정작 그 자신은 “그 손가락이 그린 액자에 갇혀서 좀 더 자유롭게 연기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듯하다”고 돌이켰다. 또 “인기가 있을 때건 없을 때건 흥행작을 했건 안 했건 변하지 않고 안주했던 그 모든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늘 오늘이 내 전성기라 생각하고 산다”는 철학을 밝히며 “주역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란 말처럼 궁하면 사람이 변하고 변하면 그게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에 임했다”고 했다.
 
샤워하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영화 설정 탓에 오랜만에 몸만들기에 나섰다. 그는 “극 중 ‘몸짱’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배우 모습을 보이려고 아내와 감독이 제발 좀 그만 하라고 말려도 열심히 운동했는데 하다 보니 근육은 별로 안 붙고 얼굴 살이 계속 빠졌다. 얼굴이 멸치처럼 변했다”며 웃었다.
 
절친한 코미디언 김국진과 같이 ‘꼰대’ 테스트를 했는데 자신은 0점이 나왔단다. 영화에서 매니저 역할로 호흡 맞춘 조달환은 차인표와 20년간 동고동락한 실제 매니저에게 “(차인표는) 아이 같다. (마음에) 피터팬이 있다. 단순하게 접근하라”는 조언도 들었다며 “(차인표는) 친해지면 동네 형 같다”고 귀띔했다.
 
차인표 자신이 바라본 영화 속 모습과 싱크로율은 50%쯤. 그는 영화 속 차인표가 “측은한 존재. 불쌍하다. 약간 깨진 거울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웃음이란 건 저 자신을 희화화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비웠을 때 생기죠. 상대방이 제 존재감의 전제라 생각했을 때 웃음이 생기지 않나, 합니다.”
 
분노의 양치질 등 무수한 ‘밈(meme, 패러디물)’을 탄생시킨 자신의 연기를 코믹하게 재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밝혔다. “예전에 일을 많이 할 때도 새 작품을 제안하는 연출자에게 ‘왜 나를 캐스팅하려 하냐’고 물어보면 ‘차인표란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 깨트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땐 속으로 내 이미지는 대중이 부여한 것인데 굳이 그걸 깨려면 다른 사람을 쓰지 왜 나를 쓸까 했는데 이번에는 나 스스로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면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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