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 앱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통합 서비스센터'에서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음식 배달앱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DH와 함께 아시아 배달 시장까지 혁신해나가겠습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겸 CEO)
“매각조건 슬프지만 배민과 결합 기뻐”
니클라스 CEO는 “DH코리아 매각 조건은 너무 슬프다”면서도 계약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요기요를 매각하겠다는 뜻이다. DH코리아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을 위해 DH코리아를 매각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공정위는 11월 이런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이미 DH 측에 보냈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전원회의에서 심사보고서 내용이 뒤집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되짚어보면 배민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요기요 매각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두 달 정도 주어졌단 의미이기도 하다.
DH코리아 관계자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그렇듯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별로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당초 M&A가 되더라도 배민과 요기요는 각자 사업을 유지하기로 한 상태이고 배달앱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인 만큼 사업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현황 파악이나 향후 구체적인 계획 수립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잘 커 준 요기요, 잘 팔면 승산

서울 시내의 한 요기요 매장 앞에 주차된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물론 요기요 역시 꾸준히 성장해 온 만큼 지금 매물로 시장에 내놓아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한 예로 배민은 지난해 12월 DH와의 계약 당시 약 4조7500억원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배달앱 시장이 크게 성장한 만큼 요기요 역시 그 절반 이상의 가치는 충분히 넘어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잘 키운' 덕에 손해 볼 일은 없단 얘기다.
목표는 아시아 시장…배민 B급 감성 필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방문자센터. 연합뉴스
배민의 ‘B급 감성’ 마케팅은 실제 아시아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시장에 ‘BAEMIN’으로 진출해 1년여 만에 그랩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여기엔 올 초 모조품까지 탄생시키며 인기를 끌었던 세뱃돈 봉투도 한몫했다.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 마’,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세뱃돈을 받지’ 등의 메시지가 담긴 봉투는 하루 1000장 넘게 팔리며 'BAEMIN'을 각인시켰다.
김봉진 대표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절반씩 출자해 싱가포르에 세우는 ‘우아DH아시아’의 의장 겸 집행이사(Executive Director)를 맡기로 했다. DH가 운영하는 푸드판다아시아가 진출한 아시아 12개국(일본 포함)과 우아한형제들이 사업 중인 한국과 베트남, 일본까지 총괄하는 합작 법인이다. 현재 푸드판다아시아의 CEO인 제이콥 안젤레와 우아한형제들의 현 CFO(최고재무책임자) 겸 CSO(최고전략책임자)인 오세윤 부사장은 합작 회사의 공동 대표 (CEO)를 맡는다. 김봉진 대표가 밝혔던 대로 배민이 단순히 DH에 수동적으로 인수되는 게 아니라 DH를 통해 더 큰 시장을 넘볼 토대를 만들었단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DH는 아시아 시장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배민이 한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해온 경험에 5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요기요 역시 전략적 파트너에게 매각된다면 DH는 사실상 배민과 요기요를 공동 소유하는 효과를 누리고, 규제 당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