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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쓴 화가 박서보 이야기 영역판 온라인서 무료 공개

지난해 열린 회고전 앞두고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본지와 만난 박서보(89) 작가. 강정현 기자

지난해 열린 회고전 앞두고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본지와 만난 박서보(89) 작가. 강정현 기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박서보(89) 화백의 삶과 예술을 담은 책 『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인물과사상)의 영문 번역판이 웹북 형태로 최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됐다. 책은 박 화백의 딸이자 미술심리치료사인 박승숙(52)씨가 아버지의 화업을 정리하며 쓴 것으로 지난해 7월 국내에서 공식 출간됐다. 
 

『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영문 웹북
딸 박승숙 "아버지 박서보의 노동사를 담은 책"
"아버지 삶과 작품,시대가 그분에게 남긴 흔적"

박 화백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 딸이 쓴 책의 영역판이 최근에 완성돼 이를 온라인(parkseobo.life)에 공개했다"며 "이 책은 PC나 휴대폰, 혹은 프린트해서 가질 수도 있다. 이 영역판이 제 그림은 물론 한국 미술에 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승숙씨는 지난해 책을 펴내며 서문에서 "한국 문화사, 좁게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딸인 제게 오해를 받았던 것마큼 아버지는 남들에게도 잘못 이해되고 있었다"고 적었다. 이번에 그가 영역판을 웹북 형태로 발간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아버지의 삶과 작업은 시대가 그분에게 남긴 흔적"이라는 그는 "한국에서도 아버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있지만 정작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와 작품 세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더욱 영문 자료를 무료로 공유하는 데 큰 의의를 두었다"고 말했다. 
 
영역판 발간까지는 번역(안재홍)과 편집 등에 총 15개월이 걸렸다. 제작 비용도 적잖게 들었다. 그럼에도 책 내용을 무료로 공개한 것은 "누구든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화백은 평생 ‘묘법(描法)’ 연작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또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묘법 연작은 흰색 물감을 바른 캔버스 위에 연필로 선을 반복해 긋고 다시 그 위에 물감을 발라 선을 지운 뒤 선을 긋고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완성하는 기법이다. 이후 1980년대 한지의 매력에 빠졌으며 2000년대 이후 박서보의 작품은 색상이 다채롭고 화려해졌다.  
 
딸 승숙씨가 쓴 아버지 박서보의 삶과 예술. 이 책은 지난해 발간됐다. [교보문고]

딸 승숙씨가 쓴 아버지 박서보의 삶과 예술. 이 책은 지난해 발간됐다. [교보문고]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박서보 회고전. [이은주 기자]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박서보 회고전. [이은주 기자]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박서보 회고전 전시장. [이은주 기자]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박서보 회고전 전시장. [이은주 기자]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0년 화업을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박서보-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가 열렸다. 총 160여 점의 작품을 보여준 자리였다. 당시 박 화백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고전을 앞두고 혹시 먼저 떠나게 될까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언젠가 떠난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분당에 내가 묻힐 자리도 다 준비해 놨다”면서 “내 비석에 쓸 말도 정해놨다.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해도 추락한다’고 새겨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삶을 통찰하며 앞으로 계속 나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을 담은 말이다.  
 
박 화백은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30년 넘게 홍익대 미대 강단에 섰고 홍익대 미대 학장을 지냈다. 평생 그림을 그려왔지만 극적으로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14~2015년부터다. 미술시장에 단색화 열풍이 불며 컬렉터들이 박서보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 승숙씨는 책에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아버지가 갑자기 잘 팔리는 화가로 둔갑해 있었다. 유명세에 비해 작품은 영 안 팔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호황기에도 고작 3000만원 정도였던 아버지의 그림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0억 원을 넘겼다는 소식이 들렸다"고 썼다. 
 
그러나 승숙씨는 스타 작가로 등극하기 이전의 박서보의 삶, "박서보의 노동사"에 초점을 맞췄다. 승숙씨는 " 아버지는 20세부터 평생 작가로만 치열하게 살아왔다"면서 "일반적인 의식을 한 발 앞서 전위적 미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잘 알면서도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는 신념으로 우직하게 한길만 걸었다. 지금의 단색화 열풍은 그의 참된 노동과 우직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자본주의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숙씨는 "특히 외국 사람들은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저만 해도 아버지 말씀을 듣고 서야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를 새삼 이해하게 됐다"며 "아버지가 겪은 전쟁의 충격, 같은 시대를 겪으며 작업했던 김창열·이우환 등 동료 작가들, 작업에 대한 고민과 갈등 등 그리 멀지 않은 과거임에도 까마득히 잊히고 있다.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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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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