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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코로나 백신 향한 6마리 경주마…10개월 만에 성공한 배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배송을 위한 '초고속 작전'을 공식 출범시켰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배송을 위한 '초고속 작전'을 공식 출범시켰다. [EPA=연합뉴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백신에 매우 가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 분야 전문가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가까이 있습니까."

홍역 백신 개발 때는 10년 걸려
파우치도 "잘해야 12~18개월 후"
정부 자금·동시 다발 추진에 성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2월 26일. 존 버먼 CNN 앵커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 소장에게 물었다. 
 
"우리는 이제 임상 1상에 가까이 있습니다. 한 달 반에서 두 달 뒤면 백신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1단계 임상시험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릴 겁니다. 잘해야 그 정도입니다."
 
10개월 전,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로 꼽히는 파우치 소장은 잘해야 내년 초나 여름에 대중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파우치뿐만 아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폴 오핏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교수는 "파우치 박사가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라고 말했을 때 터무니없이 낙관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개월 만에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두 종류를 내놓는 데 성공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의료진과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됐다.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백신 조기 개발은 어떻게 이뤄진 걸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역 백신 개발에는 10년이 걸렸다. 
 
코로나19 백신 기술의 성공은 과학자의 연구 성과지만, 통상 10년씩 걸리는 과정을 10개월로 줄이는 기록적 성취를 이룬 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보급을 위한 민·관 합동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OWS를 공식 출범했다. 내년 1월부터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3억 도스(한 회 접종분)를 생산해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유망주'를 선별해 연방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민·관 협력을 조율하도록 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그 산하에 있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원(NIH)뿐만 아니라 국방부까지 포함됐고,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속 작전'팀이 지난 5월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속 작전'팀이 지난 5월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장 큰 지원은 역시 자금이다. OWS는 '될성부른 떡잎'으로 6개 회사를 선발했다. 유력한 백신 기술 세 종류를 선정하고, 각 기술에 도전할 제약회사를 2곳씩 뽑아 모두 6곳이 됐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사노피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이 6개 백신 회사를 '6마리의 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느 말이 결승선에 먼저 들어올지 알 수 없는 경마에 견준 것이다. 
 
정부 자금 지원을 거절한 화이자를 제외한 5개 기업에 수억~수십억 달러(약 1조~11조원)씩 지원했다. 그 대가로 백신이 개발되면 1억~3억 도스씩 공급받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이 자금력과 직접 연관된다고 말한다. 한 공정을 끝낸 뒤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순서를 밟는 대신 풍부한 자금 덕분에 여러 공정을 동시에 중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시간 단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통상적 백신 개발 과정은 임상시험 1, 2, 3단계를 끝내고 당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뒤 대량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오윤석 한미생명과학인협회 회장은 "생산시설을 갖춰놨는데 임상시험에 실패해 승인을 못 받을 경우 그 손실이 너무 커 기업이 쓰러질 수도 있다"면서 "모더나의 경우 정부가 생산시설 설립 자금을 모두 지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긴급사용허가(EUA)를 내린 다음 날 각 공장에서 발송이 시작됐다. 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벌써 백신 생산 라인이 돌고 있었다는 얘기다.
 
'초고속 작전'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전문가 기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 경험이 많은 몬세프 슬라우위 전 모더나 CEO를 초고속 작전 최고 과학자에 임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초고속 작전'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전문가 기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 경험이 많은 몬세프 슬라우위 전 모더나 CEO를 초고속 작전 최고 과학자에 임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전령리보핵산)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mRNA 기술이 백신에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십 년 전부터 연구가 진행된 이 기술을 활용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쉽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미 공영방송 NPR은 전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중국이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재빨리 공개한 것도 개발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됐다. 
 
전문가 기용도 OWS 성공 요인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백신 부문 대표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몬세프 슬라우위를 OWS 최고과학자로 임명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WSJ 기고문에서 "백신 개발 세계를 잘 아는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히고,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의 계약에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쓸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OWS는 또 백신 개발 단계부터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수송 전문가인 구스타프 퍼나 미 육군 장군을 OWS 최고운영책임자로 임명해 백신 개발이 완료되기도 전에 페덱스·UPS 등 민간 특송업체들과 선계약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CDC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은 모두 190만 명이다. 미국은 7월 말까지 백신 4억 도스를 확보하게 된다. 2억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제외한 접종 대상 인구의 77%가 맞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집단 면역에 이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코로나19 변종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지켜볼 대목이다. 미국인 가운데 백신을 거부하는 이도 상당수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백신 성공 주역은 이민자…"미국, 이민자들에게 감사해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성공시킨 과학자들에게는 이민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앤텍의 카탈린 카리코 수석 부사장은 헝가리 출신으로 1985년 펜실베이니아로 이민 왔다. 거듭된 실패에도 mRNA 연구를 놓지 않아 코로나19 백신의 기틀을 다졌다. 그의 성공을 두고 '미국이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용광로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앤텍 독일 본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터키에서 태어나 4살 때 독일로 이민 갔다. 같은 회사 오즐렘 투레치 최고의료책임자는 이스탄불에서 독일로 이주한 부모를 둔 이민 2세다.

OWS 최고 과학자를 맡은 몬세프 슬라우위 전 모더나 CEO는 모로코 출신이다. 이민정책 강화를 주장하면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이민은 대환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NPR은 "백신 덕분에 내년 여름 코로나19가 끝나게 되면 미국인들은 이민자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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