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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부자 정보 받은 기관의 매물 떠안은 개미, 구제될까

기자
김용우 사진 김용우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31)

 
올해 주식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역대 최고로 변동성 큰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학개미운동’ 이라는 비아냥에도, 개인투자자는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우량종목을 선정하고 상당한 차익도 실현하고 있지요. 기업 정보가 개인과 기관을 비롯한 모든 시장참가자에게 투명하고 평등해져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업 정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내부 관계자입니다. 심지어 공개되지 않은 최신의 기업 정보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상장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도록 내버려 두면 정보가 없는 투자자는 손해를 볼 겁니다. 투자자가 회사를 신뢰하지 못하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회사를 떠날 겁니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약칭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에서도 그런 이유로 상장법인의 내부자에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토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됩니다. 
 
장밋빛 실적 기대와 달리 A사는 실제로는 상당히 부진했습니다. 실적 발표 한 달 전 A사 IR팀 직원들이 애널리스트들에게 부진한 실적 정보를 알려줬고, 애널리스트들은 다시 이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사진 pixabay]

장밋빛 실적 기대와 달리 A사는 실제로는 상당히 부진했습니다. 실적 발표 한 달 전 A사 IR팀 직원들이 애널리스트들에게 부진한 실적 정보를 알려줬고, 애널리스트들은 다시 이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사진 pixabay]

 
내부자에 대한 처벌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매매 등에 ‘이용’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내부자가 중요 정보를 알고 있어도,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주식 거래는 허용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내부자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했는지 아닌지는 수사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지기 쉽지 않아 실제 재판으로 넘겨지는 경우는 다른 증권범죄에 비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원칙적으로 내부자의 회사주식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내부자도 민감한 시점에 주식거래를 하면 괜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거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내부자가 타인에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게 하는 경우인데요. 이때 타인이 누구인지가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내부자 A가 B에게 미공개 정보를 알려주고, B가 C에게, C가 D에게 순차로 전달해 결국 Z까지 정보가 유출됐다고 쳐볼까요. 이때도 A가 Z의 미공개 정보 이용거래에 대해 책임져야 할까요. 얼마 전 대법원이 이 문제를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도18164).
 
문제 된 사건은 증권업계에서는 유명한 A사의 2013년 실적유출 사건입니다. A사 주가는 당시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었습니다. 장밋빛 실적 기대와는 달리 A사는 실제로는 상당히 부진했습니다. 실적 발표 한 달 전 A사 IR팀 직원들이 애널리스트들에게 부진한 실적 정보를 알려줬고, 애널리스트들은 다시 이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때부터 기관투자가들은 이렇게 수령한 미공개 정보를 토대로 A사 주식 팔아댔고, 그것도 모자라 공매도까지 했습니다. 정보를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들이 던진 매물을 그대로 소화했습니다. 그렇게 개인들이 받은 물량은 무려 100만 주에 달했습니다. 기관들은 손실을 회피한 것에 더 나아가 공매도로 총 67억 원 상당한 이익을 얻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타인’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국어사전에서도 ‘타인’을 ‘다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 ‘타인’을 1차적인 정보수령자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 pixabay]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 ‘타인’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국어사전에서도 ‘타인’을 ‘다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 ‘타인’을 1차적인 정보수령자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진 pixabay]

 
금융당국의 조사 이후 A사 직원과 애널리스트들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하급심에서는 이들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A사 직원들로부터 실적 정보를 제공받은 애널리스트들은 A사 주식을 거래한 적이 없고, 그 정보를 그대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했기 때문인데요. 하급심은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은 ‘타인’을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한정한다고 봤습니다. 즉, A사 직원들은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에게 정보를 제공한 부분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급심은 정보가 전달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고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처벌 범위가 불명확하게 되어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게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결국 A사의 실적 유출로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보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된 셈입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는데요.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은 ‘타인’은 정보제공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국어사전에서도 ‘타인’을 ‘다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 ‘타인’을 1차적인 정보수령자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급심이 이유로 삼은 ‘정보의 변질성’은, 정보가 변질되면 그 자체로 더 이상 중요 정보가 아니므로 처벌할 필요가 없게 되니 그것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를 제한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해서, 현재 환송심이 다시 진행되고 있는데요. A사 직원과 애널리스트들이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7년의 재판 끝에 미공개 중요 정보라는 게 밝혀진다면 손해 본 투자자는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재 법상으로는 어렵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75조 제2항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경우 행위가 있던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데 위 실적유출 사건은 이미 7년 전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내부자거래는 감독기관의 조사결과나 법원의 판결이 발표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투자자가 인식할 수 있는데, 단기 소멸시효로 인해 이미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구제를 받을 길이 막히게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2013년 개인들이 기관 물량을 받은 주식은 현재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들은 A사 주가가 이른바 ‘떡상(급상승)’해 구조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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