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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조원, 그래도 20년 된 슬리퍼 신는 회장님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집무실엔 전국 지도가 있다. ‘현장경영’의 상징물이다. 임현동 기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집무실엔 전국 지도가 있다. ‘현장경영’의 상징물이다. 임현동 기자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공간이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공중화장실은 더럽다’는 인식과 달리 놀랄 만큼 깨끗한 곳이 많다. 1990년대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깨끗한 휴게소 화장실 만들기’ 캠페인 영향이 크다. 이 캠페인의 선두에 최등규(72) 대보그룹 회장이 있다.
 

창사 40년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
근검절약이 사업의 중요한 원칙
‘깨끗한 휴게소 화장실’ 캠페인도
“장기 근속 직원 많은 게 자랑거리”

대보그룹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32곳을 운영한다. 5곳 중 1곳꼴이다. 최 회장은 지난 95년 휴게소 운영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화장실부터 바꿨다. 당시 고속도로 휴게소는 ‘불친절, 불결함’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지난 16일 서울 수서동 대보그룹 본사에서 만난 최 회장은 “뿌리 깊은 고정관념에 직원들이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아서 내가 직접 맨손으로 변기를 닦았다. 놀란 직원들이 그제야 청소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올해 40번째 생일을 맞은 대보그룹은 국가 경제가 흔들릴 만큼 어려운 시기에 빛을 냈다. 변기를 닦는 최 회장의 ‘현장 경영’에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사업 중심의 ‘내실 경영’이 더해진 영향이 크다. 크고 작은 기업이 도산했던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 대보그룹은 되레 직원을 더 많이 뽑고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올해도 대보그룹은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5년 전 매출의 두 배다. 최 회장은 “40년간 한 번도 급여를 밀린 적 없고 회사가 이익을 남기면 바로 성과급으로 돌려줬다”며 “20~30년씩 일한 직원이 많은 것이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대보그룹은 휴게소를 운영하는 대보유통을 비롯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명부 시스템을 구축한 IT기업인 대보정보통신, 고속도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건설까지 국가 기반시설 공사를 수행하는 대보건설, 국내 10대 골프장으로 꼽히는 서원밸리CC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임직원만 4000여 명이다.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브루나이 템브롱 대교 건설에도 참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템브롱 대교는 국가 균형발전 사업으로 우리 정부가 줄곧 추구해 온 동반 성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의 돈으로 사업하지 않는다’는 최 회장의 신조 덕분에 대보그룹은 업계에선 손꼽히는 ‘현금부자’ 기업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집무실에서 20년째 같은 슬리퍼를 신고 있다. 슬리퍼 양옆엔 꿰맨 자국이 뚜렷하다. 특별히 그 슬리퍼를 아끼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아직 쓸 만하다”고 답했다.
 
“전북 익산의 돌산을 사서 화강석 생산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났어요. 어린 자식들을 본가와 외가로 각각 보내야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아주 작은 구멍이 성을 무너뜨리죠. 근검절약 정신은 중요한 원칙이자 기본입니다.”
 
최 회장의 집무실엔 전국 지도가 있다. 지도엔 대보그룹이 운영 중인 휴게소,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 등이 빼곡하게 표시돼 있다. 최 회장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다음날 방문할 현장을 정한다”고 말했다. 40년간 지켜온 현장경영이다.
 
전국 어느 현장이든 최 회장은 오전 6시 30분에 도착할 수 있게 움직인다. 최 회장은 “시키기만 하는 사람과 시킨 것을 확인하는 사람은 ‘보는 눈’이 다르다. 마지막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도시정비사업이다. 1년여 전에 관련 부서도 만들었다. 최 회장은 “해외 사업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수없이 받았지만, 잘 아는 분야를 해야 한다”며 “오래된 건물은 헐고 새로 지을 수밖에 없는 만큼 단순 시공만이 아니라 그간 건설업계에서 쌓은 모든 노하우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살 때 가난에 시달렸던 최 회장은 남의 집 대문 앞에 있던 우유를 몰래 마신 적이 있다. 최 회장은 “그때 마신 우유 한 병의 빚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어려운 이들에게 평생 갚으며 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세운 계획이 2000년부터 서원밸리CC에서 열고 있는 ‘그린콘서트’다. 최 회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도 일 년에 하루쯤 드넓은 잔디밭에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여는 콘서트를 위해 골프장의 골든타임이라는 주말 영업을 포기했다. 페어웨이(티와 그린 사이에 있는 잘 깎인 잔디 지역)를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벙커(모래로 이뤄진 구멍)는 씨름판으로 만들었다. 2012년엔 야외웨딩홀도 만들었다. 박인비 선수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현재는 일반인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최 회장은 “작지만 강한 기업, 이익을 내면 어려운 이들과 나누는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내실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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