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보 논객인 강준만(64) 전북대 교수는『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 “착한 권력을 표방했거니와 자신들에겐 그런 DNA가 있다고까지 큰소리친 권력 집단이 내로남불의 화신이 될 때 어찌해야 할까”라며 문재인 정부의 '아시타비'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①스스로 찢은 선거법=지난 2월 11일 오전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느닷없이 삼행시가 등장했다. 전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으로 당시 박경미 원내부대표(현 청와대 교육비서관)가 지은 삼행시는 이랬다. “‘기’생정당은 ‘생’겨선 안 된다. ‘충’분히 법에 근거하여 중앙선관위가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 민주당이 주도해 지난해 12월 27일 개정한 선거법(준연동형 비례제)의 맹점을 파고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 시도를 조롱한 것이다.

지난 2월 26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핵심 의원 5인은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하고, 당시 야당의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에 맞대응하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회동에 참석했던 이인영(현 통일부 장관·왼쪽)·홍영표 전 원내대표. 오종택 기자
②증발한 무공천 원칙=실리 앞에선 ‘정당의 헌법’이라는 당헌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면서다.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이낙연 대표)란 이유였다. 개정 전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96조 2항)는 규정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당 혁신위를 통해 만든 조항이었다. 당 대표 시절(2015년 10월 11일) 군수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고성을 찾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재선거의 원인 제공자이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엔 침묵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8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거리 행진을 벌인 뒤 서울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④삽질과 균형발전 사이=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토건 경제’ ‘삽질 정부’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은 집권 후엔 국가균형발전이란 잣대로 SOC 사업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 규모가 88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명박(60조3000억원)·박근혜(23조6000억원) 정부 시절 예타 면제사업 규모를 이미 뛰어넘었다. 민주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예타 면제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특별법 발의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의 예타 면제를 강력히 비난하며 대규모 SOC 투자를 하지 않겠다던 그 민주당과 여전히 같은 정당이냐”고 꼬집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하며 국민의힘 의원 일부의 욕설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준호·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