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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조희연 교육감의 아이디어가 반갑지 않은 이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월 1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2021학년도 수능을 재연기 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5월 18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조 교육감은 2021학년도 수능을 재연기 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무기'는 아이디어다. 식사 중 누군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면 수저를 놓고 수첩에 적는다. 대화 중에 펭수 이야기를 하면 ‘잠깐, 우리 교육청도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볼까’ 하며 디자인에서 마케팅까지 떠올린다. 그런 돌발적인 아이디어가 조 교육감 행정의 원동력이다.
 
그가 또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모든 교원의 성과상여금을 똑같이 나누자고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예년처럼 교원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교원단체는 일제히 환영했다.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있다'는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힌 조 교육감이 모처럼 교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 성과상여금 균등 배분을 제안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페이스북 글에 달린 댓글. 조 교육감의 제안이 현장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페이스북 캡처]

올해 성과상여금 균등 배분을 제안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페이스북 글에 달린 댓글. 조 교육감의 제안이 현장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교사들조차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제안 시점부터 적절하지 않다. 평가를 내년 3월 전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이미 평가를 시작했다. 학교마다 올해의 특수성을 반영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위원회가 구성돼 평가에 들어간 곳도 있다. 중앙 정부도 당혹스럽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규정을 고쳐야 할 문제"라며 난색을 보였다.
 
조 교육감의 페이스북에는 우려가 잇따랐다. '균등 분배'에 찬성하는 이들도 올해 시행은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 한 이용자는 "성과급을 전제로 올해 업무가 배분된 학교에는 교육감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 현장의 다양성을 일률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게 옳은 처사인지 깊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언도 이어졌다. 성과급 폐지를 논의하려면, 정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공표한 뒤 학교마다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어느 조직에서든 1~2년만 일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의 순서 아닐까. 2014년 당선 이후 6년째 인구 1000만 서울의 교육행정을 맡고 있는 교육감이 모르면 안 될 상식이다. 
 
디테일을 놓친 제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성과상여금의 진짜 문제는 제대로 일하는 교사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몇 년째 폐지를 주장한 조 교육감이 평가방식 개선에는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성과상여금이 담임이나 부장 교사에 대한 일종의 직무수당처럼 자리 잡은 상황에서, 폐지 후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8월 18일 서울 중구 창덕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슬기로운 그린 스마트 스쿨 현장 방문' 행사에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유인숙 창덕여중 교장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8월 18일 서울 중구 창덕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슬기로운 그린 스마트 스쿨 현장 방문' 행사에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유인숙 창덕여중 교장이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 교육감의 돌출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를 주장했다. 앞서 3월 이미 애초 일정보다 한달을 연기했던 교육부는 안정적인 운영을 강조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능 재연기를 주장한 다음 달엔 수능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교육부가 나서 인위적인 조절은 없다고 못 박았다. 물론 그 사이 학부모와 학생은 혹시 수능이 연기되는지, 쉬운 수능이 될지를 노심초사 지켜봐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등교나 방역 지침은 세기 어려울 만큼 바뀌었다. 그사이 교사들은 공문보다 먼저 나오는 기사를 찾아보는 게 일이 됐다. 교사 사이에서는 "우리는 '네이버 공문' 받고 일한다"는 조소가 퍼졌다. 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조 교육감은 '능동적인 대처'라고 답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실무자를 갈아 넣는다'고 해석한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하루가 멀다하고 처음 듣는 지시가 떨어지니 멀미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번뜩 떠올린 아이디어를 그때마다 내놓기에는 '조희연 호(號)'는 너무 큰 배다. 학생과 교사 약 100만명이 몸을 싣고 있다. 선장이 조타기를 살짝 건드릴 때마다 교사의 책상엔 서류가 쌓이고, 학생은 불안에 빠진다. 재선인 조 교육감의 눈은 너무 멀리, 혹은 너무 높은 곳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현장에서는 가까이 있는 현장과 디테일을 봐달라고 아우성친다. 서울의 교사와 학생들은 묻는다 "교육감님은 지금 어딜 보고 계십니까".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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