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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김종인 사과, 친이친박 피의 숙청으로 이어져야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죽창만 안 든 인민재판”이란 진중권의 표현이 딱 맞는다. 4명 달랑 모인 징계위원회가 증인신문도, 반론청취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현직 검찰총장에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씌워 2개월 정직을 시켰다. 독재정권이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폭거다.
 

진솔한 사죄로 과거와 단절
등돌린 중도층 붙잡을 계기
친이·친박 쳐야 진정성 입증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공고하다. 30%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에 뒤지지 않는다. 핵심 이유는 유권자의 중추인 30~40대가 도무지 국민의힘에 마음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지지율이 역전된 부산조차 30~40대는 ‘문재인 지지’가 더 많다. 부동산·코로나·윤석열 파동 등 민주당의 허튼짓이 한심하지만, 노무현 죽게 한 보수 정당엔 표를 줄 마음이 없다는 세대다. 강남에서 의사·변호사 하는 40대조차 “민주당 싫지만 국민의힘은 못 찍겠고, 기권하든지 정의당 찍겠다”는 이들이 지배적이다. 30~40대는 중도는커녕 온건 보수까지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는 거다. 여론조사에서 급증한 무당파나 무응답파가 바로 이들이다. 국민의힘이 DNA를 통째로 바꾸지 않고선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수 정당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12년 전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중도층이 보수에 몰표를 줬다. 그러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등 수도권 개혁파 의원들이 SD(이상득)로 상징되는 영남패권에 밀려나면서 정권의 중도화 노선은 후퇴를 거듭했고 젊은 지지층은 떠나기 시작했다. 영남패권의 독주가 가속한 박근혜 정부에선 중도의 이탈세가 더욱 가팔라진 끝에 탄핵을 기점으로 온건 보수마저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나 보수 정당은 그런 과오를 한 번도 제대로 뉘우치지 않고 반사이익만 노리다 4·15 총선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그런 만큼 그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사과는 의미가 크다. 김종인은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 통과를 자화자찬하며 절대권력의 오만을 과시한 바로 그 날 탯줄을 끊는 진통을 감수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과문은 100% 김종인 작품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초안을 보여준 것 외엔 누구도 내용을 알지 못했다. 두 달 넘게 한 자 한 자 공들여 써내려갔다고 한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탄핵 이후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대표가 각각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걸 기억하는 국민은 없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실은 모르는 척하며) 마음에도 없는 사과문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남 탓 전혀 하지 않고 “우리가 잘못했다. 국민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딱 잘라 사죄한 것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원 성일종 의원의 말이다. “당내에서 사과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잘못은 민주당이 수천 배 더 저지르는데 우리가 왜 사과해야 하나’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권을 뺏겼을 때 삼보일배나 폐족 선언 등 ‘오버’ 소리를 들을 만큼 끊임없이 사과했고 당도 7번이나 부셔가며 과거와 단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당이 그런 노력 한 적 있나? 진심 어린 과거 단절은 하고 또 함이 당연하다.”
 
30~40대가 국민의힘을 싫어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명박·박근혜와 연결된 사람들이 당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으니 싫고, 둘째는 가진 자들만 대변하는 이미지가 강해 싫다는 거다. 그런데 김종인이 사과를 통해 첫 번째 이유를 끊어냈다. 우상호·정청래 등 민주당의 거의 모든 정치인이 벌떼같이 김종인의 사과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사과가 그만큼 아팠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을 ‘박근혜 떨거지 당’에 가두고 손쉽게 표를 벌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대 청년들과 틈만 나면 대화해온 한 초선 의원의 말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능력은 없지만, 열심히 하는 당’, 국민의힘은 ‘찍기 부끄러운 당’이라고 했던 청년이 김종인의 사과 직후 ‘마음이 바뀌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민주당은 싫은 정당, 국민의힘은 안 좋아하는 정당’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찍기 부끄러운 당에서 적어도 싫어하지는 않는 정당으로 업그레이드된 거다. 보수의 수구 DNA를 거둬내고 중도개혁에 가일층 매진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김종인의 사과는 이제 행동으로 입증돼야 한다. 결국 인적 쇄신이다. 구태에 물든 친이·친박계를 쳐내고 개혁 의지 분명한 인재들을 당의 주류로 세워야 한다. 다소 인지도가 떨어져도 구태에서 자유로운 인물을 밀어 당의 비호감도를 낮추는 것이 과제다. 국민은 김종인의 사과가 뼈를 깎는 인사혁신으로 이어져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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