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용된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 앞 거리에서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뉴스1
6735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 11개월간 국민권익위원회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 건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유관 기관에 하루 6.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2018년 511건에서 올해 4297건으로 2년 새 8배 넘게 늘었다.
[현장에서]
민원에는 안전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불안이 생생히 담겨 있다.“인도에서 행인 옆을 ‘칼치기’(급차로변경)하듯 지나다닌다”(부산시 해운대구 접수), “번호판도 없는 킥보드가 불법유턴과 역주행을 한다”(국토교통부 접수) 등. 전체의 71.5%가 인도·차도에서 쏟아진 불만이었다. 청소년의 전동킥보드 운전 미숙으로 인한 불안 등 킥보드 운전자에 대한 민원도 14.9%였다.

전동킥보드민원건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와 국회가 맥을 잘못 짚어서다. 정부도 국회도 “법 개이 개정돼 국민이 보다 안전하게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였다. 특히 공유전동킥보드 업체들이 올해 전동킥보드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사고가 늘었다. 지난 10월까지 관련 사고는 688건(경찰청 집계)으로, 지난해(447건)보다 많았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와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지난 9일 다시 개정했다. 5월에 손 댄 법을 시행도 전에 다시 고친 것이다. 자전거도로 주행은 유지하되, 면허 요건과 헬멧 미착용 시 범칙금을 물리는 안전규정을 다시 집어넣었다. 이 법은 내년 4월 시행이다.
오락가락하는 법규로 피해를 보는 건 이용자와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면허가 필요한건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지적에서부터 “하루 5분 공유킥보드 타려고 온종일 헬멧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냐”는 얘기가 나온다.

전동킥보드민원유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유 전동킥보드 스타트업도 억울하다. “우리가 왜 거악(巨惡)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는 호소다. 실제 스타트업들은 지난해부터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속 70~80㎞로 다니는 차도로 킥보드가 다니는 게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용 연령대를 낮춰달라는 요구는 없었다. 대신 새로운 교통수단을 규율하는 종합적인 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런데 이를 주도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8월에야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 및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9월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은 아직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결과적으로 도심 곳곳에 실핏줄처럼 퍼진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큰 그림은 없이, 규제만 풀려버렸다. 돌아온 건 여론의 역풍이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주무부처가 나서서 관련 법을 제정하고 안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했는데 계속 미뤄졌다”며 "지금이라도 관련 내용을 규정한 종합적인 제정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사고 보험금.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민제 산업기획팀 기자 letme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