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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오락실’의 슬픈 역주행

채혜선 사회2팀 기자

채혜선 사회2팀 기자

“오늘의 뉴스. 대낮부턴 오락실엔 이 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를 그린 가수 한스밴드의 노래 ‘오락실’(1998) 가사 중 일부다. 노래는 시험을 망치고 오락실에 갔던 딸이 실직한 아빠를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MF 사태’라는 국가 위기를 학생 시선에서 담담하게 풀어냈다.
 
요새 이 노래를 다시 듣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입소문을 알아차렸기 때문인지 유튜브 알고리즘도 최근 이 노래를 소환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억을 소환하는 옛 노래를 마냥 반길 수는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영원히 역주행해서는 안 되는 곡” “이 노래가 다시 통하는 시대가 왔다. ㅠㅠ”와 같은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 노래가 ‘역주행’한다는 건 이 노래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 다시 말해 직장을 잃은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불길한 징조라서다.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2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보고된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춰버린 초유의 사태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악화한 일자리 상황을 빼놓을 수 없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20’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줄었다는 응답자는 49.7%로 조사됐다. 98년 외환위기 등 경제 위기 때마다 임시·일용직과 소득 5분위 계층 중 1분위(하위 20%)의 소득 감소가 컸던 현상은 이번 코로나19 위기 때도 나타났다.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IMF 이후라고 한다. 직장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까닭일 거다. 공방 운영을 하다 몇 달째 일을 쉬고 있는 친구는 “이래서 부모님이 공무원 시험 같은 걸 준비하라고 했던 거였나 봐”라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안정적인 직장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내 친구뿐일까. 조회 수 400만 회에 이르는 유튜브 ‘오락실’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내가 중학생 때 나온 노래인데 난 지금 꽤 큰 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무급휴직 중인데 살아남기 위해 오락실 대신 독서실을 다닙니다.”
 
약 20년 전 ‘오락실’을 흥얼거렸던 학생이 커서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독서실을 간다는 소리다. ‘독서실도 감염 걱정으로 맘 편히 가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오락실도 독서실도 아니라면 자리를 잃은 이 시대의 아빠(엄마)들이 다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것인지 걱정도 생긴다. 한스밴드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노래가 시대적 아픔과 맞물려 역주행하는 일은 또 없었으면 좋겠다.
 
채혜선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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