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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자찬하다가···병실·의료진·백신 없는 '3무 위기' 맞았다

확진자는 집에서 대기하고, 중증환자 병실은 바닥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초기 대구·경북 의료 체계 붕괴의 악몽이 수도권에 되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겨울 코로나’ 대비를 외쳤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가 1200억원을 들여 ‘K방역’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백신도 불확실하다. 계약을 완료한 유일한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의 미국 승인이 지연되면서 내년 초 접종계획마저 불투명해졌다. 병실·의료진·백신 없는 ‘3무(無)’의 겨울을 지나야 할 판이다.
 

코로나19 ‘대구 악몽’ 재현 우려
병실 없어 경기도 환자 목포로 이송
“내년 2월까지 반입 가능 백신 없어”

전문인력 양성 8개월 넘게 허송
“코로나 전용병원 서둘러 지정해야”

1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코로나로 확진되고도 집에 대기하는 환자는 326명이다. 9일(506명)보다는 줄었다지만 경기도 병원 대기자는 11일 78명으로 10일(80명), 9일(78명)과 차이가 없다.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면서 경증·무증상 환자가 줄었을 뿐이다. 경기도의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1개 남았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11일 확진자 6명을 300㎞ 떨어진 전남 목포로 보냈다. 중증 병상이 3개 남은 서울도 11일 4개 늘려 하루하루 버틴다. 지난달 초 많아야 하루 4명이던 사망자가 최근에는 7~8명으로 늘었다.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책반 임승관 공동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민간의료기관이나 국립기관이 (중증환자 병상을) 같이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담론이 형성되는 게 유행 확산 속도보다 조금 뒤처졌던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회장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환자가 더 늘게 되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직무유기가 국민의 생명을 극도의 위험 속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찬바람이 불면 이런 리스크가 올 것이라고 모든 전문가가 똑같이 얘기해왔다”며 “정부가 자신 있게 방역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나서는 바람에 임상 대응(진료)에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은 민간병원 읍소, 컨테이너 병상 동원이 거의 전부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학병원장 긴급간담회를 열어 병상 마련을 호소했다. 서울대병원에 중환자 모듈 병상(컨테이너와 유사하지만 시설이 나은 병상) 48개를 내년 1월 설치하고, 코로나19 거점병원을 3개 지정하기로 했다. 또 다른 국립대병원에 중환자실 병상을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사·간호사를 하루아침에 대기가 쉽지 않다. 전문 인력 양성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8개월 이상 허송했다. 주영수 실장은 “병원마다 병동 하나 내놓으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전문 간호 인력 등이 없는 게 문제다. 예측과 대응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9일 억지로 병상을 비웠는데, 의사가 없어서 환자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간 코로나 환자를 전담해온 공공병원도 비명을 지른다. 임승관 단장은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모두 작은 병원이어서 경증환자 진료에는 헌신하지만 중환자 진료 여력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 9월에서야 중환자 전담 간호사 교육을 시작했다. 연내 400명을 양성하겠다고 했고, 지난 4일 316명이 수료했다. 그러나 주영수 실장은 “이렇게 양성되는 간호사는 초보 전담 간호사”라며 “숙련 간호사를 양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중수본은 이와 별도로 간호인력 풀을 가동한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500명 중 당장 투입 가능한 사람은 10여 명”이라고 지적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중환자를 볼 수 있게끔 간호사와 의사도 이미 훈련돼 있어야 한다”며 “국공립대학병원은 일반환자를 줄이고, 가을 확산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잠실체육관에 중환자용 병상 만들자”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두기를 풀고 죄면서 내년 백신이 나올 때까지 버텨보자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현재 정부가 발표한 4400만명분의 백신 확보 접종 주장과 관련, 실제로 내년 2월까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백신 물량이 전무하다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선 의료인력 동원이 핵심이고, 일선 민간 의료기관도 응급수술 외의 인력을 코로나 불 끄기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간병원 동원령을 내렸다. 우리도 국립대학병원 먼저, 그래도 안 되면 민간 상급종합병원 동원령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공공병원 간부는 “숙련도가 높은 인력은 대학병원에 다 있다. 대구 유행 때 경북대병원이 나섰듯이 이제는 국립대학병원이 다른 중환자를 옮기고 코로나 중환자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가 지금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에 중환자 병상을 요청하는데 기존 중환자를 따로 뺄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으로 볼 수 없다”며 “2~3월 대구·경북 유행 때도 코로나 병상 내주느라 기존 중환자·응급환자들이 초과 사망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공병원이든 체육관이든 정부가 코로나 중환자 전담 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을 지낸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상급병원들이 병실을 한두 개씩 내놓는 것보다 공공병원을 통째로 중환자 전담병원(코호트병원)으로 만들고 상급병원 인력을 파견해 진료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의협도 코로나 전용 병원(코호트 병원)을 지정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김우주 교수는 “병원을 통째로 구하지 못하면 잠실체육관 같은 넓은 공간에 중환자용 병상을 만들되, 음압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황수연·백민정·심석용 기자 ppang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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