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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돈 밝히는 아이, 돈에 밝은 아이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84)

행복한 노후, 꿈꾸는 은퇴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평생 살고’ 싶은데 때로는 집 살 돈이 없고 때로는 몸이 아프고, 때로는 평생 한집에 살고 싶은 사람이 없어 안타깝곤 합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기에 행복한 노후를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 제거해야 할 적은 저마다 다양할 겁니다. 하지만 5060 세대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 많은 중년 부부와 노년 부부를 힘들게 하는 존재는 ‘독립하지 않은 자녀’가 아닐까요?
 
독립하지 않은 자녀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오랜 취업준비 기간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도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독립했던 자녀가 돌아오기도 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계획적으로 부모의 품에 돌아오는 캥거루족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캥거루족의 모습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비난하기도 했지만 사회적인 문제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랜 취업준비 기간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도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독립했던 자녀들이 돌아오기도 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계획적으로 부모의 품에 돌아오는 캥거루족도 있습니다.[사진 pikist]

오랜 취업준비 기간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도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독립했던 자녀들이 돌아오기도 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계획적으로 부모의 품에 돌아오는 캥거루족도 있습니다.[사진 pikist]

 
문제는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의 영향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모를 부양하기는커녕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계속 요구하는 자녀의 존재는 행복한 노후준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노후준비를 고사하고 생존 자체도 만만찮습니다.
 
매월 한 번씩 진행하는 경제독서모임 ‘돈 밝히는 책 읽기’에서 12월에 읽은 책은 『하마터면 돈 모르고 어른 될 뻔했다』라는 책입니다. ‘부모와 아이의 운명을 바꾸는 돈 공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자녀와 함께 부모가 ‘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부모가 돈 공부를 하고, 아이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노후준비를 못 하는 부모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돈에 대한 건강한 태도와 돈을 다룰 줄 아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적절한 시기에 독립하고, 부모는 자녀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삶에 경제적인 자원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비행기 안전 매뉴얼에는 부모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에 아이에게 씌워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이이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려다가 부모가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잃으면 부모, 자식 둘 다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는 자녀의 삶을 위해 사교육비 지출을 과다하게 하고 자신이 끝까지 자녀를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먼저 부모의 삶, 부모의 경제적인 준비가 먼저입니다. 그래야 자식이 힘들어 해도 계속 보살피고 지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노후를 꾸려 나갈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설문조사와 경험을 소개하면서 경제교육을 하지 않는 부모,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돈 공부를 무시하는 한국 부모의 모습과 자신이 미국 부모, 유대인 부모와 잘 비교해 줍니다. 참 많이 다르고 그래서 아이도 다르게 자랍니다.
 
부모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고 나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돈에 대한 공부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는 돈을 벌고, 번 돈을 쓰고, 저축과 투자를 하며, 돈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삽니다. 이 네 가지 영역에서 아이에게 건강한 태도와 경험, 돈을 다루는 역량을 가르쳐야 합니다.
 

자녀 경제교육의 네 가지 핵심

자녀에게 돈을 가르칠 때는 네 가지 영역을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첫째, ‘절약과 투자보다는 노동이 먼저’라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미국 금융회사 찰스슈왑이 미국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7% 정도가 돈을 번 경험이 있고 평균적으로 1631달러(한화 180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생각보다 적게 버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는 이야기, 할머니의 레모네이드 레시피로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회사를 만든 아이의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도 16세에 창업했다가 실패했고 그 경험을 살려 20세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 지금의 회사로 키워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돈을 벌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돈을 쓰는 태도, 투자하는 모습이 결정되니까요. 우리 경제 교육의 한계가 ‘노동’을 가르치지 않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 돈을 버는 것, 돈을 버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얼마나 어렵다는 것에 대해 가르치지 않고 소비와 투자를 가르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었고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는 이야기, 할머니의 레모네이드 레시피로 연 매출 100억이 넘는 회사를 만든 아이의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사진 pixabay]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레모네이드를 판매하는 이야기, 할머니의 레모네이드 레시피로 연 매출 100억이 넘는 회사를 만든 아이의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사진 pixabay]

 
두 번째는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돈을 잘 쓰는 법에 대해 가르쳐야 하고, 세 번째는 돈을 일하게 하는 투자에 대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투자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자녀와 대화를 하게 되면 대화의 질과 양이 달라집니다. 소비와 투자는 자주 언급하던 내용이기도 하고 중요하니 오늘은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눔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 다 실바는 ‘나눔은 비용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후원할 곳을 직접 찾아 고민한 후 결정하고 그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심을 가지는 아이는 돈을 맹목적으로 숭배하지도 않고 돈을 함부로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나눔이나 기부를 할 때 느끼는 정신적인 만족을 경험하게 됩니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불리는 이 정신적인 경험은 행복감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존감을 키워주고 심리적인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게 되는 ‘감정소비’를 줄여주기도 합니다.
 
“어릴 때 수영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물에 빠졌을 때 살아남으려고 배우는 거잖아요. 아이가 어릴 때 돈에 관해 가르치는 것도 수영 레슨과 같은 거예요. 생존을 위한 거죠. 인생에 언제 어떻게 위험이 닥칠지 모르잖아요!”

 
책 속에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유대인 아빠의 생각입니다. 많은 부모는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생존 방법을 건너뛰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위험이 닥치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생존도 위협하게 됩니다. ‘돈을 밝히는 아이’가 아니라 ‘돈에 밝은 아이’로 키우는 것은 부모가 방기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입니다. 아이와 함께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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