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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굶어야 버틴다, 새벽 돼야 방호복 벗는 '코로나 추적자'들

“고위험 집단이기 때문에 즉각 조치하지 않으면 추가 확진자는 물론이고 사망자가 생길 위험이 커요. 발생하는 순간 나가야 합니다.”
 

번아웃 상태 놓인 역학조사관, 의료진

10일 낮 12시 10분 경기도 역학조사관 김모씨는 군포시 보건소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도청을 나섰다. 전날 군포시 한 요양원에서 직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전수조사를 했는데 이날 25명이 추가로 확진됐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역학조사하러 가는 길이었다. 점심시간이지만 “일부러 먹지 않는다”고 했다. 통상 현장을 나가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수 시간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데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아서다.
 
간호사인 김씨는 병원·요양원·요양병원 등의 현장 조사를 주로 담당한다. 방호복을 입고 6~7시간씩 조사한다. 전 층을 돌아다니며 어디가 가장 안전한 구역인지를 따져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나누고 환자를 구분한 뒤 동선을 짠다. 식당은 운영해도 되는지, 환자를 입·퇴원시켜도 되는지 등을 판단하고 의료인에게 방호복 착의법·탈의법을 알려준다. 김씨는 “현장 조사가 끝나면 조치 사항을 보고서로 정리한다”며 “오후 11~12시쯤 끝나면 빨리 끝나는 것이고 새벽 3~4시에 끝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 병원에서 환자 이송 중 질병관리청 중앙역학조사관이 업무상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한 병원에서 환자 이송 중 질병관리청 중앙역학조사관이 업무상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환자가 연일 수백명씩 쏟아지면서 역학조사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2·3차 전파에서 끝나지 않고 끝없는 n차 전파로 이어지면서 역학조사 속도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 하남시 보건소의 최준수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은 “환자는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데 접촉자를 분류하고 위험도를 평가할 역학조사관은 부족하다”며 “확진자 1명당 역학조사관 1명 정도는 돼야 심층조사가 가능한데, 4~6명에서 많게는 8명씩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야근하는 날도 잦다.
 
경기도 역학조사관 김씨도 주 7일 일한 지 오래됐다. 그나마도 11월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꼴로 간혹 쉬었는데 최근 수도권 중심 대유행 이후로는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1월과 비교해 몸무게가 5㎏ 빠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서울시 감염병관리과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역학조사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서울시 감염병관리과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역학조사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경기도 역학조사관 20명을 집단면접한 결과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거나 최근 1주일 사이 새벽 4~5시 경에 귀가하는 등의 초과 근무가 심각했다.
 
한 역학조사관은 인터뷰에서 “이번주 자정을 안 넘긴 적이 없다. 늘 다음날 새벽까지 일하고 잠이 든다. 이번 주 제일 짧게 근무한 게 어젯밤 12시에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부담도 상당하다. 한 역학조사관은 “‘접촉자로 분류했는데 이 사람이 확진자일 확률이 몇 %나 될까. 풀어준 사람이 안 걸릴 확률은 몇 %나 될까’를 생각하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다”고도 털어놨다. 
 
요즘 서울 강남구 보건소는 매일 역학 조사해야 할 곳이 평균 150~200곳 쏟아진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추적해야 할 동선이 그만큼 많아졌다. 역학조사관 인력은 4명으로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소에 구청 직원까지 40여명이 역학조사 업무에 투입됐다. 역학조사반원으로 일하는 박건수 주무관은 “현장에 30명이, 2명씩 팀을 짜나가는데 한 팀이 5곳 소화하기도 힘들다”며 “다 나갈 수 없을 때는 해당 업체에 폐쇄회로TV(CCTV)를 요청해 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역학조사반원 전유동 주무관은 “많을 땐 10곳을 다녀야 하는데 CCTV 화질이나 현장 상황에 따라 확진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확진자가 착각해 A 점포에서 CCTV를 돌려보다 B 점포로 가 조사를 다시 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역학조사뿐 아니라 자가격리자 모니터링도 담당하는데 요새는 두세 명씩 배정받는다. 응급실에 다녀온 직원도 있고, 몸이 좋지 않아 한두 달 쉬다가 복귀한 직원도 있다.
 
감염병관리법에 따라 현재 인구 10만명 이상 지자체는 1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 선발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인구 10만명 넘는 시·군·구 134곳 중 78곳(58.2%)만 충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에서야 역학조사에 군·경찰 등 가용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에 배치할 군인과 경찰 360명씩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해 최대한 빨리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전 유성구청에 임시로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650여명 공무원 전원을 신속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지난 10일 대전 유성구청에 임시로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650여명 공무원 전원을 신속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의료진도 번아웃(소진)에 내몰린 건 마찬가지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중증환자가 늘다 보니 단순히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중증환자를 옮기는 전원 업무까지 하고 있다”며 “업무가 두 배로 늘어 체력 소비가 크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한 선별검사소에서 일하는 전공의 김모씨는 “검사량이 많아 기존의 과별 업무를 챙기면서 검체 채취 업무까지 하고 있다”며 “전공의가 부족해 외래 없는 날 교수들이 돌아가며 검체 채취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열달 넘게 진행되면서 비상체계 수준의 노동강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번아웃 상태는 훨씬 지났고, 꾸역꾸역 버티고 버티지 못한 공공병원 일선 의료진은 사직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상시에 비상사태를 일정 수준 감당할 여유를 갖고 인력이든 병상이든 운영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고,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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