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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에 유학파도 산다, 20대들이 찾는 '힙'한 시골

청년들의 '힙(hip)한' 시골살이 

호피 홀리데이를 운영하는 김예지씨. 김윤호 기자

호피 홀리데이를 운영하는 김예지씨. 김윤호 기자

#1.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수제 맥주집 '호피 홀리데이'. 안으로 들어가면 녹색 페인트로 칠한 벽에 수제 맥주를 만들 때 쓰는 양조 기구와 맥주 통, 유리잔들이 눈에 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보이는 '힙(hip)한' 모습 그대로다. 낮엔 맥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공방으로, 저녁엔 맥주를 판매하는 곳으로 변한다.    
 

지자체 인구 소멸 1위인 경북 의성군
다양한 스펙 가진 도시 청년들 정착중

인구 감소세 멈춘 동네 등장하기도
신공항 들어서면 유입은 더 가속화

주인장은 1991년생 만 29세 김예지(여)씨. 서울 잠실에서 살며 중견기업 인사과에서 근무했던 그는 지난 6월 의성에서 창업 후 곧바로 의성군민이 됐다. 김씨는 "지난 4월 의성군의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접했고, 고향인 대구와도 가까운 의성이 양조 사업의 적절한 장소라고 판단해 의성살이를 결심하게 됐다. 시골이지만 의외로 장사는 괜찮은 편이다"고 말했다.    
딸기 농부 안혜원씨가 딸기 스마트팜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윤호 기자

딸기 농부 안혜원씨가 딸기 스마트팜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윤호 기자

 
#2. 고무장화 대신 '크록스'를 신고, 밀짚모자 대신 야구모자를 쓰는 안혜원(27·여) 씨는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2400여㎡ 크기의 '스마트팜'을 혼자 꾸리는 '딸기 농부'다. 안씨가 의성군민이 된 건 지난해 9월. 그는 "의성군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팜 교육 등 '창농'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의성군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전공이 원예 관련 학과이고, 딸기 재배에 원래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농부가 되기 전 안씨는 대구권 4년제 대학에서 조교로 일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프랑스요리학교를 졸업한 박지상씨. 의성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의성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호주 시드니에서 프랑스요리학교를 졸업한 박지상씨. 의성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의성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3. 서울에 집이 있고, 지난 2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이소향(27·여)씨는 두달 전 의성군민이 됐다. 지난 5월 '의성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아예 의성에 눌러앉은 경우다. "서울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현재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의성군 한 사업체에 취업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프랑스요리학교를 졸업한 박지상(27)씨도 '청년 프리랜서'로 의성군에서 살고 있다. 박씨 역시 의성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인연이 됐다.
 

'고스펙' 도시 청년들 당당하게 '둥지' 

의성군에 지어진 도시 청년들의 주거지. 하와이 바닷가에 있는 서퍼들의 집처럼 디자인됐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 지어진 도시 청년들의 주거지. 하와이 바닷가에 있는 서퍼들의 집처럼 디자인됐다. 김윤호 기자

 
'늙은 지자체' '소멸 위험 지자체'로 불리곤 했던 의성군. 이곳에 다양한 '스펙'을 가진 20·30대 도시 청년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다. 전입 신고까지 마친 정착 개념이다. 이들은 의성살이 결심 배경으로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뭔가 더 할 게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곳에서 꿈꾸던 것에 도전해보려고", "창농 교육 등 지원이 좋아서" "시골에서 지내보니 즐거워서" 등 다양한 이유를 꼽았다.  
의성군에 붙은 청년 주거지 입주 환영 현수막.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 붙은 청년 주거지 입주 환영 현수막. 김윤호 기자



의성군은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가운데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5월 발표한 소멸 지수에 근거한 것이다. 만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를 원용해 낸 지수인데, 0.2~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진입 단계,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의성군은 0.151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출산 가능한 젊은 층은 떠나고 고령자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의성에 사는 도시 청년들을 위한 ' 'KT꿀잼충전'라는 이름의 시설. 작은 영화관의 모습이다. 조만간 문을 연다. 김윤호 기자

의성에 사는 도시 청년들을 위한 ' 'KT꿀잼충전'라는 이름의 시설. 작은 영화관의 모습이다. 조만간 문을 연다. 김윤호 기자

의성에 지어진 금수장. 운영자가 정해지면 1층은 카페나 클럽 또는 식당. 2층과 3층은 빌라처럼 청년들이 살수 있다. 김윤호 기자

의성에 지어진 금수장. 운영자가 정해지면 1층은 카페나 클럽 또는 식당. 2층과 3층은 빌라처럼 청년들이 살수 있다. 김윤호 기자

 
그런 의성군에 청년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의성군이 '도시 청년 유입'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때다. 의성군과 경북도는 의성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1300여억원을 들여 안계면 일대에 '이웃사촌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일자리·주거·복지·문화 복합의 '이웃사촌마을'을 만들어 20~45세의 도시 청년을 군에 유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의성 살아보기 같은 '청춘구 행복동'으로 불리는 사업도 이때 시작됐다.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새로 짓고,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도 만들었다. 창업·창농 지원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했다.  
의성군에서 청년 사업가로 활동 중인 장명석(28)씨.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서 청년 사업가로 활동 중인 장명석(28)씨.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최성호(37)씨. 자신의 스마트팜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최성호(37)씨. 자신의 스마트팜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 있는 스마트팜 교육장. 많은 기관 직원들이 견학을 온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에 있는 스마트팜 교육장. 많은 기관 직원들이 견학을 온다. 김윤호 기자

 
김양학 의성군 청년정책팀 담당자는 "창업 자금을 지원하고, 창농 교육 및 거주공간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하다 보니 평소에 꿈꾸던 일을 의성에서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 청년 유입 사업 직후인 지난해 중순부터 평균 연령 20대 후반 기준으로 80명 정도가 의성군에 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계인구'로 분류하는 미전입 청년들도 다수가 의성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등장한 읍내  

의성군 의성읍에 있는 다이소와 엔제리너스 모습. 김윤호 기자

의성군 의성읍에 있는 다이소와 엔제리너스 모습. 김윤호 기자

의성군 봉양면에 있는 새로 생긴 커피전문점. 김윤호 기자

의성군 봉양면에 있는 새로 생긴 커피전문점. 김윤호 기자

의성군 의성읍 모습. 도심 외곽지 정도의 모습으로, 쇠퇴해간다는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 의성읍 모습. 도심 외곽지 정도의 모습으로, 쇠퇴해간다는 느낌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의 평균 연령은 56세(전국 42.1세)로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40% 가까이 된다. 하지만 최근 유입된 청년들의 영향일까. 의성군은 젊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중앙일보가 찾은 의성군 의성읍.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연달아 시야에 들어왔다. 인근엔 잡화점과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도 보였다. 도시에서 볼법한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자리를 잡았다. 읍내에서 차로 30여분 떨어진 안계면에도 대형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했다. 
 
최경희 의성군 출산지원센터장은 "최근 점심시간 면 소재지 식당에 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디서 온 청년일까 궁금하기도 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카페 5번. 김윤호 기자

의성군 안계면에 있는 카페 5번. 김윤호 기자

 
곽병일 의성군 지역재생과 이웃사촌마을 담당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87곳의 신규 음식점이 의성군에 들어왔고 이때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이 대거 유입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읍내와 면 소재지에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계면은 인구 증가로 '반전' 모멘텀

의성군 곳곳에 각종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김윤호 기자

의성군 곳곳에 각종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김윤호 기자

 
긍정적인 신호는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웃사촌마을 조성 사업이 이뤄진 안계면 전체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업 시작 전인 2017년 말 4606명, 2018년 말 4552명으로 감소세였던 인구가 지난해 말 4605명으로 늘었다. 올해도 11월 말 기준 4587명으로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계면 4587명 중 20~45세 인구는 21.9%인 1005명에 이른다. 
 
하지만 의성군 전체로 보면 아직 아쉽다. 2018년 12월 5만2944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말 5만2595명, 올해 11월 말 5만1827명으로 줄었다. 감소세는 못 벗어났지만, 고령층에 따른 사망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전 여지가 있는 수준의 감소세라는 게 의성군의 분석이다.    
의성군청에 붙은 신공항 유치 환영 현수막. 김윤호 기자

의성군청에 붙은 신공항 유치 환영 현수막. 김윤호 기자

 
청년 유입 호재는 더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의성군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2년까지 안계면에 있는 구시장을 허물고, 창업공간과 쇼핑센터가 들어가는 '행복플랫폼'이 만들어진다. 의성군 관계자는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는 만큼 더 많은 청년이 의성살이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성=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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