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채원 대표는 최근 한국금융지주 측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난주 지주 측에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르면 오는 11일 이 대표의 퇴임 여부와 후임자를 반영한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신임 대표는 이석로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가치투자의 상징적인 인물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중앙포토
가치주 펀드, 시장 외면 심화
그러나 2017년 이후 이 대표는 시장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가치투자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으면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가치투자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인터넷·바이오·2차 전지 등 성장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펼쳐지자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최근 증시 급등으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코스피 움직임에 비하면 초라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92개 가치주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지난 7일 기준으로 12.1%였다. 코스피만 그대로 따라가는 국내 인덱스펀드 수익률(31.2%)에 훨씬 못 미친다. 최근 3년간 수익률은 0.9%다. 한국밸류운용의 '간판'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1(C)'도 연초 이후 -2.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성적이 부진하다 보니 가치 펀드 '몸집'은 계속 쪼그라든다. 92개 펀드에서 올 들어서만 1조8800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이 대표는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동원투자신탁 주식운용본부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6년 한투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로 옮겼고, 2018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