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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의 미래를 묻다] 인간 정신 활동의 비밀, AI가 봉인 풀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유혹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숙련된 농부와 인공지능(AI) 중에 누가 농사를 더 잘 지을까.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은 비닐하우스를 지어 놓고 숙련된 농부와 인공지능이 대결하는 ‘세계 농업 AI 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인공지능이 온도·습도·환기 등 생육 여건을 원격 제어해 작물을 키워내는 결실을 농부와 비교하는 대회다. 지난해에는 숙련된 농부를 이긴 인공지능 팀이 한 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인공지능팀이 1등부터 5등까지를 휩쓸고 농부는 6등을 차지했다. 민승규 한경대 석좌교수가 이끄는 한국의 ‘디지로그’팀도 3위에 올랐다.
 

문제 패턴 파악이 인공지능의 능력
뇌파 통해 뇌활동 패턴 발견 시도중
비밀 풀리면 정신활동 대변혁 예고
인간은 과연 AI에 정신노동 맡길까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와 인공지능이 겨루면?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여름 ‘알파독 파이트(AlphaDogFight)’란 이벤트를 열었다. 항공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베테랑 조종사와 인공지능이 맞붙게 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완승. 인간 조종사는 단 한 번의 사격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5번 격추당했다. 상대 인공지능은 무려 40억 번 모의 공중전을 치르며 실력을 쌓았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인공지능의 힘
 
미래를 묻다 그래픽

미래를 묻다 그래픽

인공지능이 생명과학 전문가와 경쟁하면? 실제로 ‘단백질 접힘’이란 것을 놓고 일합을 겨뤘다. 단백질은 수십, 수백 개 아미노산이 연결돼 만들어진다. 이 연결 부위가 3차원 공간에서 이리저리 접히면서 단백질의 구조가 형성된다. 단백질 접힘에 오류가 생기면 알츠하이머 같은 병이 발생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생명과학자들은 생명의 비밀을 풀기 위해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문제는 단백질이 접히는 경우의 수가 약 10의 300제곱(‘1’뒤에 ‘0’이 300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맞히기 위해 생명과학자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를 돌린다.
 
바로 이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생명과학자와 인공지능이 경쟁했다.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CASP 2018년 대회에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폴드’가 출전했다. 딥마인드는 바둑 천재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만든 회사다. 단백질 구조 예측 결과는 알파폴드의 압승이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43개 중에서 25개의 구조를 풀어 1위를 차지했다. 2위였던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3개를 푸는 데 그쳤다. 2년 후인 올해는 실력이 더욱 향상됐다. CASP 2020년 대회에 출전한 ‘알파폴드2’는 무려 92.4%의 예측 정확도를 나타냈다.
 
인공지능은 패턴이 있으면 쉽게 풀어낸다. 사실 운전면허증은 최소한의 운전 패턴이고, 자율주행차는 결국 운전하는 패턴을 학습한 것이다. 현명한 농부는 농사를 잘 짓는 패턴을 알고 있고, 베테랑 조종사는 전투기를 조종하는 패턴에 익숙하다. 노하우·비법·비결이라는 것은 결국 효율적인 패턴을 의미한다.
 
현역 전투기 조종사가 시뮬레이터를 통해 AI와 가상 공중전을 벌이는 장면. [사진 DARPA]

현역 전투기 조종사가 시뮬레이터를 통해 AI와 가상 공중전을 벌이는 장면. [사진 DARPA]

문제 해결의 패턴이 있으면 인공지능은 더 정밀한 패턴을 찾아낸다. 인공지능에 패턴을 들킨 베테랑 조종사는 제아무리 ‘탑 건’이라도 패턴을 파악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미처 개척하지 못한 패턴도 찾아낸다.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는 아직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분야다.
 
인공지능이 패턴이 있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납적으로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오류를 최소화할 때까지 문제를 풀고 또 풀기 때문이다. 주사위 던지기나 복권처럼 특정한 패턴이 없다면 인공지능은 결과를 알아맞힐 수 없지만, 패턴이 있는 해결책은 무수한 시도를 통해 더 정확한 풀이를 찾아낸다. 반면 인간은 교사와 이론 중심의 학습에 익숙하다. 교사가 없는 수업과 선행이론 없는 연구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학습법 중 어느 것이 우수할까. 최소한 인공지능엔 인공지능식 학습이 최적이다. 바둑 기보를 전혀 학습하지 않고 스스로 바둑을 깨우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는 인간의 기보를 바탕으로 학습을 시작한 알파고 리(Alphago Lee·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를 100대 0으로 꺾었다.
  
뇌 활동 패턴 알기 위해 칩 장착까지
 
인간 조종사(노란색)가 AI(녹색)에게 쫓겨 다니다 결국 격추 판정을 받았다. [사진 DARPA]

인간 조종사(노란색)가 AI(녹색)에게 쫓겨 다니다 결국 격추 판정을 받았다. [사진 DARPA]

인공지능은 앞으로 인간의 정신노동을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유혹할 것이다. 아직 우리가 잘 모를 뿐, 정신노동 대부분에 패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의 뇌는 화학 물질과 전기 신호로 작동한다. 무형(無形)의 생각이 유형(有形)의 물질 이동과 연결된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인간의 언어·인지·탐구·추론 등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기업 ‘뉴럴 링크(Neural Link)’는 뇌파 측정을 통해 뇌 전체의 패턴을 파악하려 하고 있다. 사람의 뇌 속에 작은 칩을 심어 뇌파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의 절개로 뇌 속에 칩을 정밀 이식하는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 칩의 소재도 금속이 아닌 부드러운 섬유질로 만들었다. 올해 8월 돼지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복잡한 뇌파의 패턴을 밝혀내기 위한 인공지능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인간의 뇌 연구는 역사가 길지 않다. 한때 중증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뇌 조직 일부를 제거하는 ‘전전두엽 절제술’이 유행했다. 이 잔인한 수술이 1949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인간의 무지함을 보여준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도 지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 수술의 피해자가 됐다.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개념을 선포한 해는 1956년이다.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 연구 모두 역사가 짧은 셈이다. 인공지능을 두고 그 내부 작동원리를 알 수 없어 블랙박스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모두 블랙박스다.
 
둘 중 ‘인간의 뇌’라는 블랙박스 속으로 인공지능이 들어갔다. 목표는 ‘신비로운 뇌 속의 패턴 찾기’다. 인공지능이 바둑의 비법을 풀어내고, 농사법을 풀어내고, 전투기 조종법을 풀어내고, 단백질 구조 문제를 풀어냈던 것처럼 결국에는 뇌의 패턴을 풀어낼 것이다. 뇌의 패턴을 풀면 경영·경제·심리학 등 인문사회과학 이론의 상당수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인간에겐 ‘정신노동 위임’의 시대가 열린다.
 
인간은 기계를 만들어 육체노동을 위임해 왔다. 세탁기 발명은 가사노동으로부터의 자유로 이어졌다. 세탁기의 등장 덕분에 빨랫감 17㎏을 세탁하는 시간이 4시간에서 41분으로 줄었다는 조사도 있다. 인간은 말과 마차를 대신할 기계(자동차)를 발명해 신속한 이동의 자유를 얻었다.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에 정신노동을 위임하는 것은 사람의 선택에 달렸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인공지능을 선택하는 것이다. 똑똑해진 인공지능은 “위임받을 수 있다”고 유혹할 뿐이다. 우리는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인간처럼 문장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GPT-3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마치 인간이 작성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을 출력하는 GPT-3라는 인공지능을 내놓았다. GPT-3는 인간이 그동안 작성한 인터넷 문서와 책, 위키피디아 등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간의 언어 패턴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질문에 따라 인간이 답할 확률이 높은 단어들을 문장으로 출력한다. 키워드와 주제를 집어넣으면 신문 기사, 칼럼, 소설 등을 만들어 낸다.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게시판에 고민을 입력하면 사람이 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따뜻한 조언을 건네주고, 인공지능과 연결된 위키피디아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방대한 자료를 찾아 보고서로 요약해 준다. 또한 과거 위인이 작성한 책과 글을 모두 학습시키면 그 위인과 가상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미 GPT-3를 통해 가상의 에리히 프롬, 셰익스피어 등과 대화를 나누고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학습시키면 장군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 GPT-3를 활용해서 말로 코딩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로그래밍 언어야말로 가장 규격화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 GPT-3에 마이크로소프트는 1조 원을 투자해서 상업용 판권을 확보했다. GPT-3를 장착한 파워포인트·워드·엑셀을 이용해 글을 쓸 때, 인공지능이 작성한 초안을 적당히 편집하고 다듬는 방법으로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GPT-3가 인간의 창작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창작의 고통을 상당 부분 줄여줄 수 있다. 창작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방대한 언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힌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GPT-1에 비해 GPT-2는 성능이 10배가량 향상되었고, GPT-3는 GPT-2에 비해 성능이 100배가량 향상되었다. GPT-3가 읽어 들인 언어 빅데이터에는 약 1조 개의 단어가 들어있고, 이를 약 1750억 개의 속성(변수)으로 구분하여 언어의 패턴을 학습했다. 전문가들은 GPT-3의 다음 버전인 GPT-4는 약 100조 개의 속성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의 뇌 속 시냅스의 개수 100조 개와 비슷해지는 것이다.
 
김문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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