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우린 불운의 상징" 朴정부 국정원장 3인 1시간 최후진술

2017년 11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서울 구치소를 나서던 모습. 그는 이후 재판에서 실형을 받아 다시 구속됐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서울 구치소를 나서던 모습. 그는 이후 재판에서 실형을 받아 다시 구속됐다. [연합뉴스]

"세계 어느 문명국가에서도 이처럼 정보책임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사람이라도 적폐청산 됐을 것"

박근혜 정부의 세 전직 국정원장인 이병호·이병기·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피고인석에 있던 지난달 23일 서울고등법원의 한 법정. 올해로 80세를 맞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선고 전 마지막 파기환송심에서 검찰과 법원을 매섭게 비판했다. 이미 잊혀진 재판인지라 1시간가량 이어진 그의 최후진술을 듣는 이는 판사와 검사, 그리고 그의 변호인들 뿐이었다.  
 

"국정원장 재판, 국정원의 불운 상징" 

이 전 원장은 "지금 이 법정에는 박근혜 전 정부에서 근무한 3명의 국정원장이 재판장님 앞에 앉아 있다"며 "세계 어느 문명국가도 이처럼 정보책임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을 받은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정원은 불쌍한 정보기관이다. 3명의 국정원장이 한꺼번에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모습 자체가 그 불운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활비 상납' 항소심에 출석하던 이병기·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특활비 상납' 항소심에 출석하던 이병기·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이 전 원장은 임관 뒤부터 정보기관에 몸을 담았다. 검찰은 그런 이 전 원장에게 징역 6년에 자격정지 5년을 구형했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의 예산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용한 혐의(국고손실·뇌물)를 받고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혐의를 받는 두 명의 또다른 국정원장을 대신해 최후진술을 했다. 이 전 원장은 "제가 감옥생활을 했고 갈 위험에 처한 것은 결국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국정원장을 했었다면 그 분이 저 대신 이자리에 섰을 것"이라 말했다.
 

"연장자인 이병호 원장이 말씀하시라" 

이 전 원장의 변호인 엄상익 변호사에 따르면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은 법정에서 짧게 진술을 마쳤다. 남 전 원장은 "성대에 이상이 생겨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병기 전 원장은 "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려했다면 청와대 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둘이 있는 자리에서 직접 줬을 것"이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이병호 전 원장의 변호인인 엄상익 변호사의 모습. 이 전 원장의 최후진술은 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중앙포토]

이병호 전 원장의 변호인인 엄상익 변호사의 모습. 이 전 원장의 최후진술은 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중앙포토]

엄 변호사는 두 전직 국정원장이 연장자인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최후 진술을 양보한 것이라 했다. 엄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결론은 정해진 정치 재판 아니냐. 전 국정원장들에게 비굴하게 가지 말고 최후 진술에서 이 재판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의 제안에 두 전직 국정원장은 "이병호 원장이 대표로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 전 원장의 최후 진술이 1시간가량 이어진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엄 변호사를 통해 A4용지 14쪽에 달하는 이 전 원장의 최후 진술 전문을 전달받았다.
 

윤석열과 김명수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 

이 전 원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사들에게 "법집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거나 법관들에게 "재판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두 사람의 말과 달리 자신이 경험한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은 달랐다고 했다.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이 전 원장은 국정원의 공과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정원의 많은 과오와 무리가 있었고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역사의 과정에서 일어난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정보기관이 기여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세 전직 국정원장의 항소심을 모두 파기환송했다. 원심에서 국정원 특활비 관련 국고손실혐의(횡령 등)에 일부 무죄를 선고된 판결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2년 6월을 받은 세 사람의 형량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에겐 징역 6년, 이병기 전 원장에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내년 1월 14일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최종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