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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기 임차료 76만원 때문에? 이낙연 측근 사망 미스터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4일 측근인 당대표 비서실 이모 부실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4일 측근인 당대표 비서실 이모 부실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 부실장 이모(54)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일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는 이씨를 불러 조사 중이었다. 서울시 선관위가 지난 10월 이씨 등 2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변호인 참여하에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후 이씨는 저녁식사를 위해 잠시 조사가 중단된 사이 청사를 나왔다. 10여분 후 그는 부인과의 통화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 이씨 부인은 남편과 다시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실종 27시간 만인 3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중앙지법 청사 근처에서 이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선관위 고발로 조사받다 극단 선택
옵티머스 자금세탁소 의심 업체
총선 당시 복합기 등 지원 의혹

설훈 “검찰이 잔인하게 파헤쳐”
야당 “왜 다른 곳에 책임 묻나”

민주당 안팎 ‘납득 어렵다’ 분위기
윤석열, 인권침해 등 조사 지시

이씨가 받은 혐의는 4·15 총선 전후로(2~5월) 이낙연 후보 선거사무실 있던 복합기 임차료 76만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업체인 트러스트올로부터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옵티머스 측의 자금 세탁소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트러스트올 관계자 중 한 사람은 이씨의 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 제31조에 따르면 국내외 법인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당시 이 대표 측은 “지역사무소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해당 복합기를 넘겨받았는데 실무자 실수로 명의 변경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옵티머스 사건 연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옵티머스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모(56·구속)씨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전달받고 이 대표의 서울 지역 사무실에 소파 등 1000여만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서울시 선관위 고발 사건이 빠르게 옵티머스 수사팀으로 넘어가 수사가 합쳐졌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옵티머스 사건은 희대의 펀드 사기 사건이다. 옵티머스 자산 운용은 공공기관의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하며 투자자들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 등으로 돈이 흘러갔다. 투자금의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다.
 
이씨는 이 대표가 국회의원이었을 때 10년 가까이 지역구 관리 등을 맡았던 최측근 비서관 출신이다. 그는 2014년 이 대표가 전남도지사 당내 후보 시절엔 권리당원 2만여 명의 당비 대납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1년 2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또 이 대표가 전남도지사 시절 정무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선관위가 고발한 사건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는 사안이라 이 부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 변호인 측에선 문제로 삼을 만한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2014년 이 대표가 전남도지사 선거 경선 때 곤욕을 치렀던 게 이 부실장에겐 늘 부담이고 트라우마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실장 주변에선 그의 극단적인 선택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검찰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검찰이 옵티머스 사건을 잔인하고 지나치게 파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가 수사를 받던 서울중앙지검은 여권에 우호적인 이성윤 지검장이 이끌고 있어 설 의원의 발언은 자가당착 아니냐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왜 사망한 책임을 다른 곳에다 돌리느냐”며 검찰 책임론에 반박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과 검찰은 비극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는 논평을 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정치에 죽음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도 국정원 댓글사건 변창훈 검사, 계엄문건 이재수 기무사령관, 울산시장 선거 관련 청와대 파견 검찰 수사관, 박원순 시장 등 굴곡마다 죽음이 존재했다”며 “이래선 안 된다. 정치가 생명까지 포기할 정도로 냉혹한 것이냐”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벌써 몇 명째냐. 괜히 무섭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이씨가) 2014년 당비 대납 혐의로 실형도 살았는데 (이번엔)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함이었는지 이 대표가 직접 밝혀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정작 이 대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측근에게 “슬픔을 누를 길이 없다”며 “유족에게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혹이 증폭되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를 철저히 진상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채혜선·김민상·한영익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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