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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천국·지옥 있다고 말한 적 없다

두렵고 황홀한 역사

두렵고 황홀한 역사

두렵고 황홀한 역사
바트 어만 지음
허형은 옮김
갈라파고스
 
어릴 적 교회에서 “예수 잘 믿고 죽으면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고 배웠다. 어린 마음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산다는 건 끝이 없다는 건데, 끝이 없으면 어떻게 되지?’ 롤러코스터나 청룡열차를 탔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이제 그만 내리고 싶은데 내릴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천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옥에서는 ‘구더기도 죽지 않는 불에서 튀겨지는 고문을 당하는’ 상황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참 좋으신 하나님께서 예수 제대로 안 믿었다고 해서, 아니 예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까지 끝날 수 없는 고문을 한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 책의 원제는 ‘천국과 지옥, 사후의 역사(Heaven and Hell, A history of the Afterlife)’다. 당대 가장 유명하고 논쟁을 유발하는 성경학자인 저자는 “영원한 복락을 누리는 천국이나 영원히 고문을 당하는 지옥이라는 개념은 구약성경은 물론이고 예수의 메시지에서도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이라는 거다.
 
저자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대홍수와 노아 방주’의 원전(原典)으로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을 거쳐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까지 풍성한 자료를 제시하며 ‘사후세계는 어떻게 펼쳐질까’를 고민한 인류의 지적 탐색을 소개한다. 성경을 포함해 정경(正經)으로 인정받지 못한 외경(外經)까지 훑으면서 기독교 내세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도 꼼꼼히 들여다본다.
 
지옥의 수도 ‘팬더모니움’. 존 마틴 작. 1841년. 123x185㎝. [사진 Stephane Magnenat]

지옥의 수도 ‘팬더모니움’. 존 마틴 작. 1841년. 123x185㎝. [사진 Stephane Magnenat]

성경으로 바로 들어가자. 구약에서 죽은 자의 부활과 사후 세계를 이야기한 장면은 ‘이스라엘 민족의 회복’이라는 개념인데 그것을 후대 사람들이 ‘개인이 죽은 뒤에 부활하는 것’으로 바꿔 버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수는 “너희가 살아있는 동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올 것이다”고 선포한다. 또 그가 말한 지옥은 ‘영원히 고문을 당하는 곳’이 아니고, 그가 말한 멸망은 참 좋으신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히 잊히는 ‘소멸’의 개념이라는 거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강력한 근거 중 하나가 신약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부자와 나사로 비유’다. 부자는 거지 나사로를 돌아보지 않아서 지옥에 갔고, 타는 목마름 속에서 천국에 있는 나사로를 보면서 물 한 방울 달라고 애원한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살아있는 사람을 경계하기 위한 우화(愚話)라고 말하고, 이마저도 예수 사후 후대 사람들이 가필한 내용이라고 본다. 저자는 기독교인 대부분이 믿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관이 성경에 기반한 개념이 아님을 논증하고, 기독교계에 굳어져 있는 단일한 사후 세계관은 서로 경합하는 다양한 관점들이 사회, 문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채택되고 발전해 왔음을 밝힌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고통과 불의가 끊이지 않는다. 선량한 이들에게 이유 모를 고난이 닥치고, 약삭빠르고 악랄한 이들은 풍족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의가 실현될 순간이 오리라는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 좋으신 하나님이 세상을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거다. 그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담는 그릇이 ‘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관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반전이 있다. 그러나 성경을 ‘일점일획도 틀리지 않는,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책’으로 믿는 분들에게 이 책은 위험할 수 있다. 시험에 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영재 전문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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