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4일 항공업계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따르면 양사 직원들은 이번 합병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고, 통합 뒤 기업문화 차이로 인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불안감이 주된 이유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우 사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점을 재강조했다. 연합뉴스
“부채 많은데 어쩌려고 인수”
다소 거친 불만도 터져 나온다. C씨는 “한 마디로 코로나로 우리 식구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객을 들이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어 “나중에 사람을 줄이게 되면 아시아나 직원들이 가만히 있겠나. 그러면 정부의 지원 의무조항 등을 들이밀 거고 회사를 (정부에) 통째로 뺏기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했다. 지상근무 직원 D씨는 “코로나로 항공업이 어렵지만, 대한항공 정도면 혼자서도 다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며 “중복노선, 업무중첩 부분이 많은 데다 합병을 하면 서로 색깔이 확연히 달라 문제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나 “결국 점령군 올 것”

아시아나 직원들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게재한 글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감소분 만으론 필요한 인력 감축 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처음에야 피인수 기업 사람을 대표로 임명하겠지만 그다음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사-마케팅 이런 순서로 인수기업 인력이 오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기업문화 '화학적 결합'이 난제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화물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항공산업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해 산은이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부실화된 기업 인수·합병의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근로자 감축 최소화를 포함한 성공적인 PMI(인수 후 통합 전략)를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상당 기간 동안 두 회사를 독립된 회사처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