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3.8원 내린 1097.0원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2년 6개월 만의 최고치
최근의 원화 강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 임박,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불을 지핀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힘을 보탰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요인이 된다. 소병은 NH선물 연구원은 "영국 등 주요국의 백신 승인과 보급 기대에 따른 위험 선호 심리, 미국과 유럽의 부양책 시행으로 인한 달러 약세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며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외국 돈을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을 5조8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로나19로 망가졌던 국내 경제 체력이 회복세인 것도 한몫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2.1% 증가했다. 2009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수출액도 1년 전보다 4% 늘어 두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치솟는 원화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당분간 추세 꺾이지 않을 것"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외환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는 등 시장 개입에도 나선 것으로 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1월 외환보유액이 98억7000만 달러 증가해 당국이 적지 않은 개입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100원 선 지지를 위해 강도 높게 개입했다기보단 속도 조절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연구원은 "원화 가치는 세계 경제 정상화 기대를 반영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음 지지선은 1080원 선"이라고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백신 기대와 중국·한국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연말에 달러당 1080원, 내년 상반기엔 104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며 "최근 시장이 악재에 둔감하고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당분간은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화값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 당국 개입 변수가 있어 흐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