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지난달 5일 산업통상자원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자료삭제 지시한 국장
감사원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A 국장은 백 전 장관으로부터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지시를 받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에게 수시로 연락해 조기폐쇄 근거가 되는 “경제성 평가 부분을 잘 살펴봐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 직전 총 3차례에 걸쳐 회계법인에 의뢰해 경제성 평가를 진행했다.
당초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조기폐쇄 승인을 받기 전까지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원안위 승인까지는 2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영구 가동중단 시기를 산업부에 물으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받은 백 전 장관이 원안위 승인 전 즉시 가동중단을 밀어붙였고, A 국장은 이 과정에서 원전 조기폐쇄 근거가 되는 경제적 평가 점수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실제 A 국장은 감사조사에서 “장관의 즉시 가동중단 결정에 따라 B 국장(당시 과장)이 한수원 임직원을 세종시로 호출해 장관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며 “한수원은 산하 공기업으로서 산업부 요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자료삭제 과정도 A 국장이 주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A 국장은 2019년 11월 C 서기관(당시 사무관)에게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B 국장도 함께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대책회의에서 A 국장은 C 서기관에게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1호기 관련 문서는 물론 이메일·휴대전화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자료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주말에 삭제하라”고 한 과장
특히 B 국장은 A 국장이 주도한 자료삭제 대책회의 당시 C 서기관에게 “자료 삭제는 주말에 하는 것이 좋겠다”며 구체적인 방식까지 전달한 것으로 감사결과 나왔다.
제목까지 바꿔 삭제한 사무관
처음에는 파일을 복원하더라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제목을 바꿔 지우다 파일 수가 너무 많자 그냥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C 서기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감사원 면담에서 감사 관련 자료가 있는데도 없다고 말씀드리면 ‘마음에 켕길 수 (양심에 가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감사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관련 자료가 없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월성 1호기 관련 업무용 폴더들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산업부 실무진에 대한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간 만큼, 수사 방향은 그 ‘윗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산업부에 청와대 의중을 전달한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다음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검찰은 지난달 5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압수 수색을 진행하면서 채 사장 집무실 등도 대상에 올렸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