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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도, 같은 대학도 아닌데. 왜?"…임용시험 취소 미스터리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고에서 치러진 '2021학년도 서울시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1차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고에서 치러진 '2021학년도 서울시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1차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내 잘못도 아닌데…시험 보지도 못해"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20대 여대생이 원서를 낸 시험을 치르지도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가 자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원서 접수를 취소해서다.

전북경찰청, 정보통신망법 위반 20대 입건
아이디·비번 해킹해 타인 응시 취소한 혐의


 
 피해자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컴퓨터 IP 주소 추적 끝에 20대 남성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았다. "임용시험 경쟁자이거나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인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해당 시험과는 전혀 무관한 '제3의 인물'이었다. 도대체 이 남성은 경쟁자도, 같은 대학 지인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0월 중순께 전북 지역 모 대학 사범대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전북교육청 중등 온라인 채용시스템에 접속한 뒤 11월 21일 1차 시험이 예정된 '2021학년도 전북교육청 공·사립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경쟁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한 혐의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응시원서 접수기간은 10월 19~23일이었고, 중등 온라인 채용시스템에서 인터넷으로만 신청할 수 있었다. 2차 시험은 내년 1월 20일과 26~27일 진행되고, 최종 합격자 발표는 내년 2월 10일이다.  
 

임용시험 경쟁자도 아닌데, 왜

 B씨는 1차 시험을 앞두고 수험표를 출력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원서 접수가 취소된 사실을 알았다. B씨는 임용시험을 주관하는 전북교육청 측에 이런 사정을 알렸지만, "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원서 접수를 취소해 임용시험은 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사가 꿈인 B씨는 대학 4년 내내 준비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재수를 하게 됐다. 
 
 B씨는 지난달 중순 본인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나 몰래 임용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한 범인을 잡아 달라"는 진정을 냈다. 이후 해당 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전북교육청 서버를 가져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컴퓨터 IP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교육청 온라인 채용시스템에 접속한 정황을 확인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IP 주소는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식별하는 유일한 번호를 말한다. 경찰은 A씨가 해외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접속한 기록도 다수 확보했다.  
 
2021학년도 공립 중·고교 교사 등을 뽑는 임용시험이 진행된 지난달 21일 수험생들이 서울의 한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2021학년도 공립 중·고교 교사 등을 뽑는 임용시험이 진행된 지난달 21일 수험생들이 서울의 한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두 사람 관계 설왕설래…범행 동기 의문

 당초 경찰은 B씨의 임용시험 경쟁자나 대학에서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주변 사람의 소행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A씨는 이번 임용시험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지원한 교과에 응시한 전북 지역 대학 출신 7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B씨가 다니는 사범대생 중 해당 교과에 응시한 수험생도 B씨뿐이었다. B씨는 경찰에서 "A씨가 누군지는 안다. 그런데 왜 내 원서 접수를 취소했는지는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각각 한 차례씩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양측 진술은 서로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교육청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중학교 동창이다", "A씨가 B씨를 좋아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A씨는 B씨가 임용시험을 보는 것을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두 사람 사이엔 연결 고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A씨의 인터넷 계정과 채용시스템 접속 경로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구제될까…교육청 "안타깝지만 불가능"

 B씨는 다른 사람의 해킹으로 원서 접수가 취소된 만큼 전북교육청에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북교육청 측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드러난 상황만 보면 본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원서 접수를 취소했기 때문에 구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북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원서 접수 기간이 마감돼야 응시자마다 수험번호가 부여된다"며 "중간에 응시 접수가 취소되면 수험표가 정상적으로 출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서가 정상적으로 접수된 지원자만 시험을 봤다"며 "교육청으로선 본인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는지, 다른 사람이 취소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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