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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격차 줄여준다던 AI선생님..."1년에 가격은 166만원"

'AI 튜터'가 학생의 무성의한 답변을 눈치 채고 ″찍지 말고 다시 풀어보라″ 하고 있다. 사진 특별취재팀

'AI 튜터'가 학생의 무성의한 답변을 눈치 채고 ″찍지 말고 다시 풀어보라″ 하고 있다. 사진 특별취재팀

 

“이 문제 찍었지? 다시 풀어 봐.”

고등학교 2학년 최지연(17) 양이 수학 문제를 풀다 막혀 아무 답이나 찍자 이런 소리가 들렸다. 교사가 아닌 인공지능(AI) 교육 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이 낸 소리다. 최양은 “어떻게 알았는지 찍은 걸 다 안다며 “집중력이 흐려질 때쯤엔 AI가 장난도 걸곤 한다”며 웃었다.

<코로나가 감염시킨 교실④>

 
경기 성남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학교는 지난 9월 ‘AI 튜터링 교육’을 시작했다. 최양 등 이 학교 학생들은 방과 후 1시간씩 AI 튜터링 수업을 받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사이 학생들 간 벌어진 학습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다.
 

족집게 ‘AI 쌤’, 코로나 교육격차 좁혀줄까

AI 교육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이 AI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말투로 다가간다. 사진 특별취재팀

AI 교육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이 AI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말투로 다가간다. 사진 특별취재팀

 
AI는 학생의 문제풀이 습관 등을 분석해 수준별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소인수분해 문제를 계속 틀리는 학생에게는 관련 문제를 반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송은주 하늘꿈학교 수학교사는 “성적이 저조한 학생일수록 계산 연습을 싫어하는데, AI는 문제를 게임 방식으로 제공한다”며 “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를 후원 중인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의 이주호 이사장(전 교육부장관)은 “표준화된 공장식 교육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을 끌어줄 가장 확실한 방법은 AI를 통한 개별 맞춤형 수업”이라며 “공교육에도 AI 교사를 도입하면 코로나19로 벌어진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자만 누릴 것” 사교육 온상 된 에듀테크

경기 성남시 하늘꿈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AI 튜터'에게 맞춤형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특별취재팀

경기 성남시 하늘꿈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AI 튜터'에게 맞춤형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특별취재팀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다. 하늘꿈학교는 선제적으로 AI를 학교 수업에 도입했지만, 국내에선 주로 사교육에서 에듀테크(교육을 뜻하는 education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가 쓰이고 있다. 웅진씽크빅, 대교 등 학습지 회사가 AI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어린이 AI 학습 프로그램의 가격은 1년에 약 140만~180만원(전 과목 기준)이다. ‘아이스크림 홈런’을 가정에서 사용하려면 연 166만원이 필요하다. 천재교육의 ‘밀크티’ 역시 가격대가 비슷하다. 웅진씽크빅의 ‘웅진 스마트올(관리강화형)’은 연 183만원이 든다. 보통은 AI 기기 포함 1~2년 약정으로 월 10만원 초·중반대를 지불해야 한다.
 
주요 AI 사교육 비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주요 AI 사교육 비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저소득층의 에듀테크 접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AI 활용 초등수학 소프트웨어 ‘똑똑 수학탐험대’를 만든 김중훈 교사는 “지금은 부자만 새로운 기술(에듀테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라며 “사교육 시장에서 에듀테크는 비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교육에 도입하면 에듀테크는 학생 간 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선 AI 앱으로 학교 공부

김씨의 초3 딸이 호주 공립학교에서 일본어 학습 앱을 통해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모습. 사진 김씨

김씨의 초3 딸이 호주 공립학교에서 일본어 학습 앱을 통해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모습. 사진 김씨

 
해외에서는 이미 공교육에도 에듀테크를 접목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호주에서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공립학교에 보낸 김모(43)씨는 “호주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교에서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일방향 수업인) 한국과 달리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즉각 도입했다”며 “코로나19 전에도 학교가 민간 교육 앱 ‘에픽’과 ‘토도수학’을 이용해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학교 숙제도 앱과 연동된다”고 말했다.
 
영국, 핀란드 등은 학습용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학생의 정서적·사회적 발달 수준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한다. AI를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도구가 아닌 정서관리 및 교사 업무경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 등은 교육용 ‘오픈마켓’을 운영한다. 에듀테크 업체에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오픈마켓에 올려놓으면 각 학교가 필요한 것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식이다. 오픈마켓 시장의 크기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홀론 IQ에 따르면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2025년 342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韓 기술 있어도 공교육엔 언감생심”

송은주 하늘꿈학교 교사는 'AI 생활기록부'를 통해 손쉽게 학생의 학습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특별취재팀

송은주 하늘꿈학교 교사는 'AI 생활기록부'를 통해 손쉽게 학생의 학습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특별취재팀

 
국내엔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에듀테크 업체가 공교육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교육 스타트업 이리온컴퍼니 김은광 대표는 “정말 좋은 기술이라도 공교육에서 이를 받아줄 창구가 없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민간 기업의 공교육 참여를 ‘사교육 조장’으로 여기는 교육당국 분위기에 시장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는 “교과서도 민간 기업이 만드는 상품인데, 에듀테크는 유독 지난 10년간 정부가 외주를 맡겨 제 것을 따로 만드는 일을 답습해왔다”며 “상품을 팔 시장이 없으니 기업은 공교육 제품을 개발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교육학 전문가들도 정부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간업체의 기술 속도를 교육부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이유다. 조용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 주도로 성장해온 과거와 달리 사기업은 공공 분야를 역전한 지 오래”라며 “앞선 민간 기술을 공공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최근에야 이런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코로나가 공교육 변화 신호탄 될까

코로나19가 공교육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학생이 직접 스타트업의 에듀테크를 시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조성 사업으로 80억원을 편성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까지 에듀테크 배정 예산이 거의 없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내년부터 에듀테크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지아·성지원·정진호·김정민·정희윤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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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AI 선생님 1년에 166만원”…인공지능이 교육격차 좁혀줄까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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