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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한 줌의 모래’로 고립돼 가고 있는 문빠들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 ‘추미애 동반 퇴진론’을 더불어민주당에서 처음으로 띄워 올린 5선 의원 이상민(대전 유성을)에게 옆자리 앉은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이 말을 걸었다.
 

이상민·조응천, 소신 발언 빛나
공무원들도 권력 맞서 소임 다해
국정농단의 끝, 정권이 더 잘 알 것

전해철: “아유, 세게 나오셨데요.”
이상민: “할 말을 한 거지.”
: “이것 참 모양이…밀리면 안 되는데.”
: “바둑도 몇 수 내다보고 두는 법인데 이런 큰일을 그저 눈앞만 바라보고 저지르나?”
: “…”(이상 이 의원 전언)
 
이 의원은 ‘거사’ 전날 밤 "청와대와 딴소리를 내면 문자 폭탄에 죽음을 맞는다던데”하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다. 그럼에도 “명색이 5선 의원이다. 세비나 축내는 식충이 될 순 없다”는 심정에 일을 저질렀다. 예상대로 ‘문빠’들의 문자 폭탄이 1000개 넘게 쏟아졌다. “‘충정에서 나온 고언’이라는 답변을 보내줬더니 ‘똑같은 얘기를 왜 복사해 보내나’는 항의가 들어오더라. 자기들끼리 무슨 방이 있어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이더라. 문빠의 결집력을 실감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게 날아든 문자 폭탄은 며칠 만에 쑥 들어갔다. 역시 바른말 한 대가로 문자 폭탄 맞는 단골인 정성호(4선·양주) 의원의 조언을 실천한 결과였다. "정 의원이 ‘시간 날 때마다 문자 폭탄 보내온 번호를 차단하라. 1000개쯤 차단하면 폭탄이 안 올 것’이라 하더라. 그 말대로 닷새쯤 차단을 거듭하니 거짓말처럼 폭탄이 사라졌다. 1000여 명 남짓한 ‘문빠’들이 바른 소리 하는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 던지고 당원 게시판을 도배하며 집권당을 갖고 놀아온 거다.”
 
“공수처 출범시키고 윤석열을 배제하면 사법정의가 바로 서느냐”고 바른말을 해 역시 문자 폭탄에 시달린 조응천(재선·남양주갑) 의원도 메시지를 내기 전날 잠을 설쳤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뉴스를 지난달 24일 퇴근 직후 알았다.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필 왜 내가 총대를 메야 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네가 목소리 안 내면 거기(국회) 왜 있나?’는 마음이 더 컸다. 이튿날 출근하자마자 초안을 세 번이나 고쳐 메시지를 냈다. 그러자 민주당 중진 의원 한 명이 ‘말이야 맞다. 근데 이 아사리판에 다구리(싸움) 붙어야지, 팔짱 끼고 있으면 되겠니?’ 하더라. 어이가 없어 ‘이건 저울을 망가뜨리는 거다. 법치라는 저울이 치명상을 입었다. 근수 속이면 3대가 망한다’고 답해줬다.”
 
‘문빠’제국에 해가 지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민주당을 쥐락펴락한 문빠들이 ‘한 줌의 모래’란 소리(1일 이상민 의원 중앙일보 인터뷰)를 듣기 시작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축출 작전은 ‘추미애의 푸들’ 소리를 들어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마저 윤석열 징계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자 연가를 내고 사직 여부를 고심 중일만큼 수렁에 빠졌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해야 하는 집권당 대표의 소임을 내던지고 문빠들 눈치 살피며 추 장관 지원사격에 나선 이낙연 대표는 ‘윤석열 돌풍’에 지지율이 쪼그라들고 있다.
 
정권의 위기는 일선 공무원들이 권력에 맞서 할 일을 한 결과란 점에서 한층 심각하다. 월성 1호기 폐쇄 감사는 최재형 감사원장 혼자의 작품이 아니었다. 감사원 공무원들도 월성이 문제란 인식을 공유하며 돌직구 감사를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거다.
 
윤 총장의 ‘법관 사찰’ 의혹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법무부가 수사 의뢰서에서 삭제했다고 폭로한 이정화 검사는 또 어떤가. 그는 2017년 대선의 핫이슈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다. 수사철만 1000쪽이 넘는 방대한 결과를 냈다. 매뉴얼대로만 수사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검사는 이 정권의 위선을 체감하는 한편, 공무원이 있지도 않은 죄(사찰)를 덮어씌우는 것 같은 ‘직권남용’에 연루되면 쇠고랑을 찰 수밖에 없다는 자각을 했을 공산이 크다. 추 장관과 가까운 ‘박은정 사단’으로 알려진 그가 수사 의뢰서 조작을 폭로하며 추 장관을 들이받은 것은 그런 자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권이 윤 총장을 치는 이유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문 대통령 옆구리에 칼날을 들이댄 ‘죄’ 때문이란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징계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징계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농단이 딴 게 아니다. 국정을 농단한 정권의 끝은 이 정권 사람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임자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길은 이제라도 법과 상식에 따라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추 장관을 경질하는 것뿐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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