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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 다세대·다가구를 중층·중밀도로 개발하자

함인선 전 한양대 교수, 광주광역시 총괄 건축가

함인선 전 한양대 교수, 광주광역시 총괄 건축가

정부와 여당의 전세대란 대책이 연일 비판과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 시내 호텔을 인수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니 “평생 ‘호캉스’하라는 얘기냐”는 조롱이 쏟아지고, “다세대 임대주택도 살만하다”고 한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졸지에 ‘진트와네트 왕비’가 됐다.
 

전세대란 대책에 여론은 비웃음
저층 주거지 바꿀 대안 제시해야

뒤늦게 호텔 전세는 청년임대주택 공급 대책일 뿐이고, 본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변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책의 실효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금 확인한 것은 한국사회의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다. 다세대에 아무리 방이 많아도, 아무리 위치가 좋은 호텔이라도 그것은 ‘집’이 아니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이기 전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식으로 말하자면 아파트는 이 시대 한국 사람들의 ‘상징 자본’이다. 이러한 문화적 관성을 무시하고 정책과 발언을 펼치니 욕을 먹는다.
 
호텔 임대주택 정책 입안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연임에 성공한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이 향후 6년간 추진하는 시정 플랜에도 들어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유호텔을 사들여 저렴한 비용으로 월세 임대를 하기로 했다. 200억 유로(약 26조 원)가 투입된다. 사회임대주택도 신규 건설이 아니라 기존 사무실이나 주거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프랑스에서 환영받는 정책이 왜 한국에서는 비난받을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아파트는 한국처럼 ‘최애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18세기부터 지어진 파리 시내의 아파트는 중층·고밀의 연도형 아파트다.
 
반면 한국은 중산층이 늘어난 1970~ 80년대에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고층·고밀 단지형 아파트를 급속도로 공급했다. 낮은 건폐율 덕분에 일조·조망이 더 좋고 단지에 녹지·주차장·유치원도 갖추고 있다. 더구나 모든 금융 및 거래 제도가 아파트에 최적화돼 있다. 좋은 학군과 브랜드라는 프리미엄까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이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주거 형태다. 기존 단독주택지의 열악한 인프라를 그대로 이어받은 채 부피 늘림만 했으니 환경은 더 나빠졌고 자산가치도 환금성도 비교 불가다.
 
말하자면 중간급으로 평준화된 파리에 비해 한국의 도시주거는 천상의 아파트와 그 나머지로 양극화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훈계하고 방 개수만 따져 다세대도 좋다고 하니 “지적으로 게으르다”는 통렬한 비판을 듣는 것이다.
 
서울의 주택문제는 이 양극화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단지형 아파트를 반복 재생산하는 재개발·재건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울의 평균 용적률은 160%로 파리의 250%에 비하면 한참 낮다.
 
소공원 하나 없이 빽빽이 들어찼으면서도 저층인 기성 주거지가 평균값을 낮추기 때문이다. 이곳을 중층·중밀도 주거지역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공원·주차장·공공시설을 지을 여지가 생기고 아파트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
 
미니 재개발이라 불리는 가로 주택 정비사업 관련 제도가 이미 있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단지형 아파트가 갖는 장점을 상쇄할만한 기반시설 등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없다 보니 소비자도 산업 생태계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파리 시장은 시내 전역의 차량 주행속도를 30㎞/h로 제한하면서 주차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했다. 그녀가 서울 시장이었으면 호텔과 다세대 주택을 끌어모으는 노력 대신 저층 주거지를 화끈하게 바꿀 대담한 정책을 내지 않았을까.
 
함인선 전 한양대 교수·광주광역시 총괄 건축가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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