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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은 재량 한계 벗어나” 전두환 집유 선고 판사의 고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 당시 탑승했던 승용차에 시민이 계란과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 당시 탑승했던 승용차에 시민이 계란과 밀가루를 뿌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판결이지만, 법정구속이 되지 않아 아쉽다.”
 

공판 5분 앞두고 판결 취지 설명
“『전두환 회고록』 소급적용 불가능”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죄” 쓴소리

법원이 지난달 30일 전두환(89)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지 하루 만인 1일 5·18 단체와 유족 측이 내놓은 반응이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주장해온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됐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을까.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선고를 5분 앞둔 이날 오후 1시55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을 찾아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음을 알고 있다”며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려고 노력했고 만약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재판부의 부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고 결과를 법적인 관점 혹은 다른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지만, 재판부의 결론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경청해 달라”는 말을 마친 후에야 100여 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1시간 동안 읽어 내려갔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용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양형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이 5·18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이날 재판이 모든 5·18 피해자들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재판은 아니기에 사자명예훼손죄의 범주를 넘어서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는 취지다. 사자명예훼손죄의 양형 기준은 최대 징역 2년, 벌금 500만원이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재판의 쟁점이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였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았다. 80년 5월 당시 사상자 발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금에 와서 물릴 수 없다는 게 김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5·18 당시 사상자들에 대해서는 1997년 대법원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무기징역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다시 처벌할 수 없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이날 판결 후 최근 발의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지난 10월 27일 발의된 개정안에는 5·18을 왜곡·날조한 사람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두환 회고록은 2017년 출간돼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은 지 23년 만에 또다시 법정에 섰다.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 혐의로 기소돼서다. 조 신부는 “5·18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헬기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해왔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에 대한 선고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재판 시작 후 10여 분 만에 꾸벅꾸벅 졸았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처럼 역사를 왜곡하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자세는 과거가 아닌 현실로 다가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며 “판결 선고를 계기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준희·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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