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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젊은 여성, 극단 선택 동시 증가…"코로나 장기화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본과 한국의 젊은 여성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면서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내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실에 근무하는 여성 의료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 내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실에 근무하는 여성 의료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은 일본과 한국 여성의 극단적 선택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하면서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장기화를 지목했다. 봉쇄로 인한 고립감과 단절, 경기 불황이 불러온 일자리 불안 등이 특히 여성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유행과 자살률 간 인과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에서의 사례는 봉쇄조치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게 하는 조기 위험 경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본 도쿄의 한 호텔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만든 1인실 호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객실을 향균 코팅했다. [AFP=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호텔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만든 1인실 호텔.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객실을 향균 코팅했다. [AFP=연합뉴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람은 215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5월 이후 월 최고치다.  
 
특히 여성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 7월부터 넉 달 동안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여성은 28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여성 중에서도 29세 이하 청년층이 지난해와 비교해 74% 증가해 가장 많았다. 또 10월 한 달만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10년간 일본 내 자살자가 꾸준히 줄어온 것과는 반대 추세다. 지난해 일본 내 자살자 수는 2만169명으로 1978년 통계 집계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올해 한국의 전체 자살률은 떨어진 반면 상반기 20대 여성의 극단적 선택 사망률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43% 증가했다. 그 가운데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이었다. 
 

거리두기 장기화에 '심리적 소외감' 

일본 도쿄의 자살예방센터에서 한 자원봉사가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자살예방센터에서 한 자원봉사가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자살 예방 상담사들은 상담 접수자들이 공통으로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족 없이 나 홀로 지내는 경우 온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비영리 상담센터 OVA의 이토 지로 대표는 “재택근무와 재택 수업으로 타인과 대화하고, 감정을 교류할 기회가 줄었다”면서 “사회와의 단절이 소외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소장도 “사회적 고립감은 모든 사람의 정신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서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들보다 직업 불안전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학령기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고 했다.  
 
'코로나 블루' 현황 .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블루' 현황 .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에선 우울증을 호소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적 특징도 원인으로 꼽혔다. 상담을 요청한 여성 상당수가 가족, 친구, 남자친구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잘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 머물라는 말에 이들은 갈 곳을 잃고 더 깊은 고독감에 빠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와세다대 우에다 미치코 교수는 “우울함을 드러내지 않으면 도움받기 더 어려워진다”며 악순환을 우려했다. 
 

'코로나발 불황'에 직격탄 

코로나19가 불러온 경기 위축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고다. 
 
특히 여성의 경우 관광업, 숙박업, 요식업 등 코로나19로 타격이 심한 내수 업종에 종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업종에서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일본 도쿄에서 한 여성이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한 여성이 증권사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WP는 일본에서 올해 6월까지 자살률이 매달 줄어들다가 7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한 현상에도 주목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받은 정서적 충격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쌓인 피로감과 함께 뒤늦게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실제 비상사태가 발동했던 4월부터 5월 말 오히려 극단적 선택 사례가 줄었다가 7~8월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자살률도 증가했다. 미치코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위기 상황에서는 생존이 우선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이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이런 현상이 일본과 한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봉쇄조치를 하지 않은 일본과 한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다른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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