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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플러스토큰 주범은 처벌받는데, 피해자 구제는?

 

[소냐’s B노트] 중국의 역대급 다단계 사기 프로젝트인 플러스토큰(Plus Token)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1월 19일, 플러스토큰 핵심 인사들에 대한 2심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현지 법원은 지난 9월 내려진 1심 판결에 불복한 피고인들의 상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지었습니다. 이에 따라 플러스토큰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주도한 인물인 천보에게 11년의 징역형과 600만위안(약 10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그 외 14명의 고위 간부들에게도 4년 10개월 이상의 징역형과 60만위안 이상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대륙의 역대급 사기 프로젝트, 관련금액만 4조원 이상

플러스토큰은 인공지능(AI) 봇을 통해 재정거래를 일으켜 매달 9~10% 고수익을 낸다고 홍보했으나, 실상은 신규 이용자의 돈을 기존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 프로젝트입니다. 이용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는 추천인 제도가 존재했으며 추천을 받지 않으면 500달러 이상 암호화폐를 선납금으로 내야 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추천인 보상과 선납금에 대한 대가는 모두 자체 토큰인 플러스(Plus)로 지급됐습니다. 봇이 창출한 수익금 역시 플러스로 받게 되는데, 즉 프로젝트에 문제라도 생기면 이용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수익은 봇이 아닌 신규 투자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 기존 투자자들에게 분배됐죠. 이렇게 모인 자금은 당시 시가로 무려 39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였습니다. 암호화폐로 따지면 비트코인 31만개, 이더리움 917만개, 이오스 5100만 개 등입니다.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2019년 6월 29일 플러스토큰이 돌연 출금을 중단하면서입니다. 플러스토큰 측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거래량이 증가해 출금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중단된 출금은 재개되지 않았고 결국 스캠 의혹이 불거졌죠. 하지만 이미 핵심 인사들은 잠적한 후였습니다. 국내에도 적잖은 피해를 입혔는데요. 지난해 7월엔 한 국내 피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플러스토큰 피해 규모가 꽤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청원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사태가 커지자 그해 7월 중국 장쑤성 옌청시 공안 당국은 플러스토큰이 불법 다단계 조직이라는 정황을 포착하고 해외로 이미 잠적한 핵심 인사 27명을 검거했습니다. 올 3월에는 자국 내 도주 중이던 82명까지 모조리 잡아들였습니다. 플러스토큰의 지갑 출금 정지 사태부터 주범들의 도주, 공안의 추적과 체포, 법원의 1~2심 판결까지 약 1년 5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된 겁니다.

 

#4조원의 행방은 어디에?

판결 이후 업계의 관심은 4조원의 행방에 쏠리고 있습니다. 공안은 이미 비트코인 19만개, 이더리움 83만개, 이오스 2724만개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법에 의거해 베이징에 소재한 한 회사를 통해 공안이 압수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도록 위탁했으며, 재판부는 이를 참작해 형량을 감경해줬다고 합니다. 또한 압수된 자금은 국고로 환수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현지 미디어와 전문가 등도 다수의 장외거래(OTC) 업체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지난해 말에서 올해 압수된 비트코인 중 상당량이 7000~1만2000달러 구간에서 매도됐다고 추정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피고인들이 지난해 말부터 위탁 업체를 통해 현금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국고로 환수된 겁니다. 압수된 암호화폐를 경매에 부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위탁 업체를 끼고 현금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참고로 해당 위탁 업체는 암호화폐 규제 관련 기술 업체인 베이징 즈판커지로, 위안다웨이 후오비 공동창업자와 바이낸스 주주인 천웨이싱 등이 투자한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규정상 환수된 돈은 지방 재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플러스토큰 일당을 잡아들인 옌청시는 엄청난 수입을 거둬들이게 된 것이죠. 아직 압수되지 않은 자금이 많이 남아있는데요. 이중 일부는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된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당국에서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선 플러스토큰과 관련된 비트코인 중 대부분이 후오비를 통해 팔렸고 이더리움은 여전히 플러스토큰 계정에 남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중국 블록체인 미디어 우숴블록체인은 공안과 외부에서 추적하는 계정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플러스토큰에 연루된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시장에 상당한 충격파가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6월 비트코인이 1만3800달러로 연중 고점을 기록한 후 7개월간 하락한 주된 이유가 플러스토큰 때문일 거라는 업계 분석이 있었듯 말이죠. 

 

하지만 이번 강세장이 오기 전에 압수한 물량이 이미 OTC에게 매도됐기 때문에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중국 마이닝풀 BTC.TOP의 장줘얼 최고경영자(CEO)는 SNS을 통해 “당국이 몰수한 암호화폐는 이번 강세장을 피해서 판매됐다”며 “사고를 피해가는 암호화폐 업계의 능력은 정말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OTC를 통해 손바뀜한 압수 물량이 시장에 언제, 얼마나 나올 것인가인데,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닐 뿐더러 한꺼번에 던져 시장을 교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곽민석 엘립티 공동창립자는 "최근 상승장 거래량이 하락장에 비해 감소한 상황이지만, 매수세가 강하게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며 “곧바로 전량 시장에 매도하기보단 보유하면서 운용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이더리움은 2.0 론칭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자산마다 다른 전략으로 보유 및 운용하는게 맞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 구제 가능성은?

플러스토큰 주범들에게서 압수된 자금이 국고로 환수되면서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다단계 사기는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를 일으키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는데요.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고 환수 대신 피해자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해금액의 최대 20% 정도만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피해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많을뿐더러 당국이 200만명이 넘는 이용자의 피해 규모를 일일이 따져 묻기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당국이 암호화폐를 범죄 수단으로 간주하고 전부 몰수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당국의 이번 국고 환수 조치가 그런 의도까지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결론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셈입니다.

 

수백만명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든 플러스토큰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안타까움만 남습니다. 국제적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국가 간 공조는 범죄자 색출에서만 유효할 뿐 해외 피해자 구제에는 역부족하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규모는 달라도 제2, 3의 플러스토큰 피해자들이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지만 국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이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시점입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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