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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의 이코노믹스] 굴뚝 없는 첨단산업 여행·관광업,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여행산업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지리학자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지리학자

사람은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지리적 동물이다. 인간을 ‘호모 지오그래피쿠스(Homo Geographicus·지리적 존재)’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지난 9월 미국 성인 101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36%가 매일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로 사람이 죽어 나가고 이동이 봉쇄되고 있는데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본성은 숨길 수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서 이런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 패턴 확 달라져
관광·레저·휴양 트렌드 지각변동
안전조치 강화로 여행 비용 늘어나
새로운 관광산업 흐름에 대처해야

그러나 그 꿈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이 나오더라도 또 다른 전염병이 언제든 다시 창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 여행할 수 있어도 더욱 안전한 방법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언젠가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더라도 위생이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이 북적대는 공항 라운지 뷔페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깃발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패키지여행, 아무 준비 없이 돈만 내면 떠나는 ‘묻지마’ 대중관광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여행의 양보다 경험의 질이 우선시되면서 ‘어디 가느냐’보다는 ‘왜 여행을 떠나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굴뚝 없는 첨단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19년 13억 명에 달했던 국제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3억 명 이하로 추락할 전망이다. 세계 일자리의 10%를 담당해온 관광산업이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예외가 없다. 지난 10월 초 8일에 걸친 황금연휴 동안 중국인 6억4000만 명이 국내에서 여행 욕구를 분출했다. 일부 호텔과 리조트는 작년보다 매출이 더 오르는 곳이 있을 정도였다. 주요국 가운데 유독 중국 경제만 가파르게 V자 반등하는 데도 이 같은 내수 경제 활성화의 기여가 적지 않다.
 
반면 미국·멕시코·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태국·일본은 해외여행객이 뚝 끊겨 관광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선 이후에도 코로나19 피해가 계속되면서 경제가 불안정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의 레저·관광업 실업률 지수는 4.5에 달한다. 도매업(0.1)·제조업(0.7)·건설업(0.9)의 피해 수준을 크게 웃돈다. 곧 백신 접종이 시작돼도 ‘코로나 이후(After Corona)’의 해외여행 트렌드는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미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여행산업에 어떤 변화가 펼쳐지고 있는지 짚어봤다.
  
몰려다니는 여행 줄고 체험 여행 늘듯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첫째, 해외여행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커진다. 코로나19로 안전조치가 강화되면 해외여행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저가 항공사가 도산하고 저렴한 여행상품이 사라지는 추세다. 호텔·항공업계에서 무인 체크인이 늘어나고 해외여행은 더욱 고급화될 것이다. 관광객이 급감하며 절박한 상황에 몰린 몰디브·바하마·자메이카·세이셸 군도 등 열대 섬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고급 리조트는 경비행기와 요트를 활용해 손님을 휴양지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여행 회랑(travel corridor)’ 제도를 도입했고 현지 정부도 이런 관광산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둘째, 과밀한 도시 대신 야외 여행지가 뜬다. 유럽 대도시 투어나 마카오 카지노 등 실내 공간 중심의 대중관광 상품은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런던·파리 등 대도시의 박물관·미술관에서는 온라인 관람 프로그램 제공이나 사전 예약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방역 수칙을 지키고 거리 두기 관람을 해도 환기가 어려운 실내는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한적한 야외의 고고학 유적지나 자연 속 예술 공간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 모험여행(adventure travel)과 레포츠 산업이 급성장한다. 트레킹·암벽 등반 등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즐기는 야외 활동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 유럽에서 모험여행은 예년보다 9% 성장했다. 골프·스키·서핑·잠수 등 자연에서 즐기는 스포츠와 환경친화적인 생태 관광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의 프리미엄 여행사는 마다가스카르·코스타리카·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코틀랜드·캐나다·북극을 무대로 다양한 생태관광·모험여행 상품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격리가 가능한 레저 활동으로 요트가 뜨고 있다. 네덜란드·호주·아랍에미리트(UAE)·모나코·바하마·그리스·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미국 등 전통적인 요트산업 강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19에 따른 해외관광객 감소 규모

코로나19에 따른 해외관광객 감소 규모

넷째, 가족·연인과 함께하는 체험 여행이 대세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가족과 오붓하게 즐기는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빈부 격차가 심화하는 가운데 수퍼 리치를 위한 고급 여행상품 시장도 뜨고 있다. 여행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오감을 열고 진짜 세계를 체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광활한 사바나 평원에서 야생 동물을 직접 보고 가족과 함께 자연을 체험하는 사파리 투어의 수요를 포착한 래디슨그룹은 아프리카에서 호텔·리조트 건설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유목민이 부동산 지형까지 바꿔
 
원격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일과 여가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어차피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대도시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아예 쾌적한 환경의 휴양지 리조트나 빌라에서 장기 체류하며 일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대형 호텔은 투숙객을 위한 업무 공간을 따로 마련하거나 동반 자녀를 위한 교육 및 체험 활동을 제공하기도 한다. 에어비앤비는 ‘디지털 유목민’에게 최적화된 공간과 서비스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던 샌프란시스코·LA·뉴욕·시애틀·런던 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19 창궐 이후 하락세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굳이 비싼 시내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다. 반면 교외의 마당 넓은 주택이나 자연환경이 쾌적한 지역의 주거용 부동산은 인기다. 중서부 아이다호 선밸리 일대의 스키장 리조트, 콜로라도 고원의 별장, 남부 애리조나 피닉스의 주택 가격이 최근 급등했다. 캠핑·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숲이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영국의 경우 복잡한 대도시보다는 저렴한 중소 도시를 선호하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런던·에든버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서 집값이 상승세다. 요트·낚시·서핑 등 탁 트인 바다에서 즐기는 레저 활동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해안 휴양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런 변화는 한국 여행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행·관광업계는 물론 정부는 급변하는 해외여행·레저 트렌드에 맞춰 관광산업 전략을 근본적으로 새로 짜야 할 때다.
 
한국도 코로나 이후 여행산업 준비해야
코로나 이후 재편되는 여행산업에서 한국은 경쟁국에 선수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 한국이 미국·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하다는 사실 자체가 유리하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협약 국가 간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팬데믹 프리 여권’과 코로나19에 면역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디지털 면역 여권’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하와이는 이미 일본 관광객에게 2주간 자가 격리를 면제해 주고 있다. 아시아에서 백만장자 비율이 높은 싱가포르는 홍콩·대만·중국·브루나이·베트남·뉴질랜드 등 코로나19 환자가 적은 국가끼리 별도의 격리 의무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왕성한 식욕과 소비력을 자랑하는 중국·동남아 상류층은 기존 서구 관광지를 대체할 색다르고 품격 있는 여행지를 찾고 있다. 특히 1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중국계 부자들은 세계 각국의 최고급 호텔에 숙박하며 명품 소비의 3분의 1을 담당해온 큰손이다. 한국은 ‘코로나 이후’에 본격화할 새로운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해외여행에 목마른 아시아의 관광객만 유치해도 코로나19로 초토화된 한국 여행업계를 살리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여행은 굴뚝 없는 첨단산업 아닌가.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지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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