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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로나와 싸운 의사의 직감 "지금이 마지막 승부처"

기자
조용수 사진 조용수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59)

코로나가 돌아왔다. 정확히 따지면 지난 10개월간 우리 곁을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무튼 한동안 모두의 뇌리에서 제법 잊혔던 게 사실이다. 덕분에 빨갛게 물든 단풍 밑에서 오랜만에 계절을 만끽하지 않았던가. 봄·여름은 덧없이 흘려보냈지만, 가을만큼은 달랐다. 유명 관광지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부는 거리두기를 수정하고 외식을 장려하며 방역보다 경제라는 시그널을 이어갔고, 그 사이 사람들은 억눌린 갈증을 마음껏 풀어냈다. “문제는 경제야”라던 어느 유명인의 말이 돌고 돌아 여기 반도 땅에 찾아든 건지, 어차피 이대로면 다 죽는다며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를 외쳐댔으니 어쩌면 오늘의 현실은 당연한 필연인 건지도 모르겠다.
 
전문가들은 1년 내내 오늘이 위기라고 겁을 주다가 결국 양치기 신세로 전락했다. 매일같이 위기론을 펼치고선, 사태가 잠잠하면 “나라도”, 사태가 악화하면 “거봐라”를 외쳤다. 틀릴 리 없는 안전한 길만을 줄곧 걷는 사이 평판은 홀라당 사라지고 없었다. 그 때문에 이제는 무분별한 부주의에 제동을 걸어줄 사람이 없어졌다. 어쩌면 이것은 그동안의 방역 성공이 가져온 불가피한 그림자인지도 모르겠다. 진작 터졌어도 이상할 거 하나 없는 코로나인데, 오히려 너무 잘 막아낸 게 걱정 많은 전문가를 꿀 먹은 오소리로 전락시킨 셈이랄까.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보다 동선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더 무섭고, 주위 사람들이 격리될 때 내가 받게 될 손가락질을 더 두려워하는 세상이 되었다. [연합뉴스]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보다 동선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더 무섭고, 주위 사람들이 격리될 때 내가 받게 될 손가락질을 더 두려워하는 세상이 되었다. [연합뉴스]

 
최근에는 예상보다 빠른 백신 소식이 들려와 내년쯤엔 해외여행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코로나에 익숙해지면서 젊은이들은 ‘자신들은 안 죽는다’며 경각심을 놓고 할로윈을 즐겼다. 지식 발달이 오히려 우리를 위기로 몰고 가는 역설적인 상황. 더구나 장기전엔 장사 없는 법인데, 한두 달도 아니고 1년 가까이 숨을 죽였으니 인내력이 다해 뛰쳐나가는 이탈자를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너무 천착했던 것일까? 이제까지의 성공은 장기적인 미래의 인내력을 무리하게 앞당겨 쓴 덕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최소 2년은 지속하리라는 뻔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 이 감염을 완전히 통제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성공해 왔고. 그런데 이게 혹시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지 못한 자만적인 통찰은 아니었을까? 감염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한 겨울이 오는데, 단단하게 옥죄던 방역 수준은 반대로 느슨하게 완화됐다. 누적되는 경제 악화 부담을 더는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통제되던 시절에는 좀 더 여유를 줘도 됐을 테고, 반대로 지금은 진즉에 더 조였어야 할 시기를 이미 놓친 듯하다. 목표 설정이 자꾸 엇나가는 게 보이니 불안이 커진다. 그렇다고 원망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고 모든 건 결과론적 해석일뿐이니. 그저 세금처럼 찾아온 3차 유행의 파고 앞에 시름이 많을 따름이다.
 
최근엔 최후의 보루였던 병원마저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만연하는데 병원만이 예외일 리 없으니. 그렇다고 1년간 번아웃이 되도록 고생한 의료진에게 “그러게 왜 조심하지 않았느냐고, 전 국민이 다 놀아도 너희들만큼은 단풍놀이를 안 갔어야지”라는 훈계가 가능할 거 같지는 않다.
 
누군가를 탓하며 부서지지 말고 서로 조금 더 이해해주며 추운 겨울을 함께 이겨냈으면 한다. 10개월간 코로나와 현장에서 싸워 온 의사의 직감이 말하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승부처다. [사진 pikist]

누군가를 탓하며 부서지지 말고 서로 조금 더 이해해주며 추운 겨울을 함께 이겨냈으면 한다. 10개월간 코로나와 현장에서 싸워 온 의사의 직감이 말하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승부처다. [사진 pikist]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보다 동선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더 무섭고, 주위 사람들이 격리될 때 내가 받게 될 손가락질을 더 두려워하는 세상이 되었다. 증상을 참고 견디며 하루라도 검사를 늦게 받으면? 동선도 덜 밝혀지고, 그 사이 주위 사람이 먼저 확진되면 책임소재도 은근슬쩍 떠넘길 수 있다. 그 덕에 코로나가 자꾸 찾기 힘든 음지로 들어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이기심만 탓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도 않아 속상할 따름이다.
 
부정적인 얘기를 길게도 썼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근무 중인 직장에서 사달이 나니 의욕이나 자부심도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펜을 든 이유는 단 하나. 이번 파고도 무사히 넘길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정 없이 숨죽이고 사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단풍과 할로윈을 잠시간의 충전이었다고 생각하자. 조금 쉬었으니 이제 힘내서 다시 달리면 된다. 우리 곁엔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꿋꿋이 목소리를 내온 믿을만한 사람도 있다. 한세월 더 버티면 백신도 나오고 이 상황이 종결될 거란 희망도 있다. 누군가를 탓하며 부서지지 말고 서로 조금 더 이해해주며 추운 겨울을 함께 이겨냈으면 한다. 10개월간 코로나와 현장에서 싸워 온 의사의 직감이 말하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승부처다.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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