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소상공인 금융지원 236만건
‘급한 불 끄자’ 긴급대출·만기연장
코로나 장기화로 부실 커질 위기
“연체율 낮은 건 정책효과 착시”
은행들, 부실 대비 충당금 1조 늘려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
코로나19로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3000만원 한도로 연 1.5%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등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우대 대출을 시행하는 식으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 지원도 확대됐다. 또 금융권의 협조를 얻어 개인 채무자에 대해 가계대출의 원금 상환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로 갑자기 벼랑에 몰린 취약 계층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였다.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계층에 유동자금을 공급해 급한 불은 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업종별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기간과 규모가 계속 늘어나면 위험도 커지는 만큼, 지금부터 조금씩 컨트롤(관리)을 시작해야 할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향후 경기가 좋아진 다음 돈을 갚을 수 있다면 대출을 계속 공급해주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회복 가능성은 작은데 돈을 빌려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라면 향후 부실 규모를 키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현재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 대출 연체율은 2007년 이후 최저, 은행 부실채권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직접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지원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4대 은행 관계자는 “지금 연체율이 낮은 것은 정책 효과에 따른 착시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한계 차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거 쌓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쌓은 충당금은 1조62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62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충당금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놓는 비용으로, 충당금이 늘면 그만큼 대출채권 부실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연착륙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 전에 대출을 축소하거나 유예를 종료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대출을 바로 갚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식으로 채무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