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백신 물량보다 많이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따라 당·정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가 1단계로 확보하기로 했던 3000만명분보다 1400만명분 증가한 물량이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백신은 국무회의 보고 목표량이 3000만명분이지만, 조금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주중 세부계획을 국민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예산 약 1조3000억원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9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사진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예결위에서는 감액심사 결과로 확보한 약 4조원의 삭감분 중 일부를 끌어다 백신 확보 예산에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의 지역구 민원 사업 등으로 대부분 채워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무조건 백신을 많이 확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비판도 나온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 측면에서 보면 백신 접종 대상이 전 국민의 60%(약 3000만명) 정도면 충분히 집단면역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며 “확보한 백신 중 접종하지 않은 잔여 물량은 전부 폐기하게 되는데, 무작정 많이 확보하는 게 합리적인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지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백신이 5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복지위 소관 법안 의결이 끝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000만명분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엔 9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백신 생산 업체와의 협상 상황을 고려할 때 1조3000억원까지 들이지 않아도 충분한 물량의 백신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에 민주당과 청와대 측 참석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지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백신이 5건 정도 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중국·러시아산 백신의 경우 일단 협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