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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로 계좌도 카드도 없는 홍콩 수장 "집에 현금 산더미"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미국의 제재 때문에 현금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불편한 상황을 ‘명예로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기꺼이 맞서겠다는 의지 표명이지만, 일각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1월 27일 홍콩국제재경방송(HKIBC)과 인터뷰에 출연해 ″미국의 제재 조치는 불공정하다″며 ″이런 상황에 처해진 게 명예롭다″고 발언하고 있다. [홍콩국제재경방송(HKIBC) 캡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11월 27일 홍콩국제재경방송(HKIBC)과 인터뷰에 출연해 ″미국의 제재 조치는 불공정하다″며 ″이런 상황에 처해진 게 명예롭다″고 발언하고 있다. [홍콩국제재경방송(HKIBC) 캡처]

람 장관은 지난 27일 홍콩국제재경방송(HKIBC)과 인터뷰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홍콩 최고 지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집에 현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은행 계좌가 사라지는 바람에 중국 정부로부터 월급을 현금으로 받고 모든 경제활동을 현금으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의 연봉은 520만 홍콩달러(약 7억 4000만원)이라고 한다. 6000만원이 넘는 월급이 현금으로 집에 운반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람 장관은 “이런 상황을 명예롭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제재가 불공정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8월 7일 람 장관과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 테레사 청 법무장관, 장샤오밍 홍콩·마카오사무공보실 부주임 등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및 시행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11명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로써 비자 발급 제한과 더불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관련 거래 금지 등이 취해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당시 “이들은 홍콩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중국의 탄압 정책을 이행하는 데 직접적 책임이 있는 인물”이라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환구망 캡처, 홍콩 성도일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환구망 캡처, 홍콩 성도일보]

람 장관이 이같이 호기롭게 발언했지만 일각에선 “당혹스럽고 불편한 상황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 제재 조치가 발표되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응했던 람 장관은 막상 신용카드가 정지되는 등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가 하나둘씩 막히자 불편함을 호소했던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 8월 17일 중국 국영 CGT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는 무의미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신용카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재 발표 직후 “미국에는 자산이 전혀 없고 미국으로 이사하기를 갈망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제재하면 웃어줄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라진 어조였다.
 
람 장관은 미국 제재 조치 이후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카드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외국계 은행뿐 아니라 홍콩에서 운영되는 중국 최대 국영 은행들도 람 장관에게 계좌 제공 등 금융서비스를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미 국무부가 람 장관 등과 거래한 금융기관을 색출하고,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는 이날 트위터에서 "람 장관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심지어 중국 국영은행조차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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