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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을 현실로 ...상상력과 제조 기술의 야심찬 '디자인 협업'

 
에이스임업과 디자이너 왕현민이 협업해 만든 우드슬랩 테이블. 직선과 곡선, 평면과 곡면의 적절한 조합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한 이미지를 조형화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에이스임업과 디자이너 왕현민이 협업해 만든 우드슬랩 테이블. 직선과 곡선, 평면과 곡면의 적절한 조합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한 이미지를 조형화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1. 인테리어 마감재 수입·제조 유통업체 에이스임업을 운영하는 하상엽 대표는 최근 국내 3인의 젊은 디자이너(왕현민·백승한·스튜디오 준)와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에이스임업이 제작한 우드슬랩(나무를 통으로 잘라 만든 패널) 상판에 각기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한 다리를 결합해 테이블을 완성한 것. 그동안 '우드슬랩+검은 철제 다리'로만 테이블을 만들던 데서 탈피해 세상에 둘도 없는 디자인의 신제품이 나왔다. 최근 완성된 3개의 테이블은 현재 2020 디자인페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돼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를 받고 있다. 

2020 DDP디자인페어 온라인 개막
협업 개발 103개 신제품 랜선 공개
서울디자인재단 주최, 올해로 2회
디자인전문가 7인 큐레이터 참여
제조 기술, 디자이너 '매칭'시스템

 
신봉건 디자이너와 황덕기술단이 함께 개발한 '웨이트 라이트' 조명. 조형을 최대한 단순화했으며 구를 이용해 램프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신봉건 디자이너와 황덕기술단이 함께 개발한 '웨이트 라이트' 조명. 조형을 최대한 단순화했으며 구를 이용해 램프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고정호 디자이너와 철제가구 탐킨의 협업으로 완성한 '철제공고상'. 소반을 철제 조립형 가구로 재해석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고정호 디자이너와 철제가구 탐킨의 협업으로 완성한 '철제공고상'. 소반을 철제 조립형 가구로 재해석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정우원 디자이너가 협성정밀과 협업해 만든 움직이는 아트 조명.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정우원 디자이너가 협성정밀과 협업해 만든 움직이는 아트 조명.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2. 삼성전자, 라인프렌즈 등과 디자인 개발을 해온 신봉건 디자이너는 최근 평소 꿈꿔오던 조명 제작에 도전했다. 이미 휴대폰과 TV와 모니터 등을 디자인해본 그에게 조명은 기능이 가장 단순한 아이템. "이미 너무 많은 디자인이 나와 있어 더 새로운 걸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조명 제작·수입업체 황덕기술단(대표 김희규)과 협업해 테이블 조명 '웨이트 라이트'를 개발했다. 신씨는 "황덕기술단은 제작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그 누구보다 디자인의 가치를 알고 협력해준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이어 "DDP디자인페어 손동훈 큐레이터가 황덕기술단과 저를 연결해줬다. 덕분에 늘 제가 상상하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98명 디자이너, 61개 제조 브랜드 '만남'

2020 DDP디자인페어(이하 DDP페어)가 지난 20일 온라인으로 개막했다. 서울의 청년 디자이너와 중소 제조업체가 협업해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주최하는 이 페어는 국내 최대 디자인 전문 비즈니스 론칭쇼로, 올해 98명(팀)의 디자이너와 61명(팀)의 제조 브랜드가 참여했다. 본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장에서 관람객에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는 온라인전용 플랫폼(ddpdesignfair-ex.or.kr)에서 선보이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온라인에서만 열리는 페어의 열기가 뜨겁다. 디자이너와 업체가 함께 103종의 제품을 개발해온 과정을 메이킹 스토리로 소개하고, 디자이너의 생각과 제조 현장에서 단련된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한 동영상 인터뷰로 풀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올해 5개월간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들을 볼 수 있는 코너다. 각 제품을 들여다보면 젊은 디자이너들이 요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떤 제안을 하고 있는지 최신 디자인 트렌드가 읽힌다. 우리 주변에 잠재돼 있는 디자인 상품 개발의 가능성도 새롭게 눈에 띈다.     
 

어떤 제품을 만들었나 

박선민 디자이너와 그리고글라스가 협업해 완성한 유리컵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박선민 디자이너와 그리고글라스가 협업해 완성한 유리컵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이너 TIEL(이중한, 샤를로트 테르)과 루니코가 함께 개발한 고주파 성형의자.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이너 TIEL(이중한, 샤를로트 테르)과 루니코가 함께 개발한 고주파 성형의자.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이너 프린마틱과 환경브랜드 씨밍이 함께 완성한 가방. 버려진 의류와 가죽을 재활용한 업사이클 제품이다. 다량 제작을 고려하여 디자인을 모듈화하지만, 각양각색인 의류에 따라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이 제작된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이너 프린마틱과 환경브랜드 씨밍이 함께 완성한 가방. 버려진 의류와 가죽을 재활용한 업사이클 제품이다. 다량 제작을 고려하여 디자인을 모듈화하지만, 각양각색인 의류에 따라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이 제작된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최원서, 조영진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디자인그룹(1+0=10)과 손쓰세라믹이 함께 개발한 휴대폰 거치대 스완. 식탁 위 테이블웨어와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최원서, 조영진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디자인그룹(1+0=10)과 손쓰세라믹이 함께 개발한 휴대폰 거치대 스완. 식탁 위 테이블웨어와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아뜰리에손과 KKDC가 함께 개발한 수목등.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아뜰리에손과 KKDC가 함께 개발한 수목등.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고정호 디자이너와 철제가구 제조업체 탐킨(대표 김미영)은 선반과 소반 등 1인 가구를 위한 조립형 가구를 만들었다. 특히 '철제공고상'은 나무로 만들어졌던 전통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철제 조립형 테이블이다. 지난해에도 이 행사에 참여했던 탐킨은 올해는 3명의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김미영 탐킨 대표는 "가구 브랜드를 운영하며 항상 아쉬운 것이 우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며 "DDP페어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DDP페어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많은 다른 스타일과 새로운 의견을 접하며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정우원 디자이너는 서울 을지로의 금속 가공·제조업체 협성정밀(대표 신경철)과의 협업으로 움직이는 아트 조명 '버드 이브(Bird eve)'를 만들었다. 내부에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터를 설치한 이 조명은 RGV컬러를 사용한 3개의 전구 각도조정에 따라 다채로운 색을 낼 수 있다. 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영국왕립예술대학(RCA)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정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협성정밀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폐플라스틱과 폐의류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강영민 디자이너는 플라스틱 제작업체인 아스코와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의자를 제작했고. 디자이너 프린마틱은 환경브랜드 씨밍과 함께 빈티지 스타일의 가방을 제작했다. 이밖에도 고주파 원리를 이용해 벤딩 가구를 제작하는 업체 루니코(대표 고영숙)는 최도영, 티엘(TIEL) 등 2명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각각 새 의자를 개발했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양정모 디자이너와 벤텍퍼니처 관계자가 의자를 함께 보고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양정모 디자이너와 벤텍퍼니처 관계자가 의자를 함께 보고 있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철제가구 제조업체 '탐킨'의 제작 현장 모습.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철제가구 제조업체 '탐킨'의 제작 현장 모습.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DDP페어는 올해로 2회째다. 정효순 서울디자인재단 공공디자인팀장은 "2017년, 2018년 을지로·동대문 상인들과 디자이너가 협업해 각각 '바이(By) 을지로' , '동대문 DDP디자인마켓'등을 열었다"며 "이를 통해 업체와 디자이너를 위한 플랫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구· 소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DDP디자인페어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올해는 가구·조명·생활 리빙 분야의 7명의 디자인 전문가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협업을 이끌었다. 조명 분야에 정미(이온SLD 대표), 손동훈 (아뜰리에손 대표), 가구 분야에 하지훈(계원예대 교수), 김군선(GooNs 대표), 생활리빙 분야에 안강은(INNE 대표), 정소이(보머스 디자인 대표), 전체 주제 방향 설정에 구병준(PPS 대표)다. 이들은 각 분야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소상공인과 디자이너의 만남(매칭)을 주선했고, 일부 디자이너들과 제조업체가 플랫폼 안에서 자발적으로 파트너를 찾기도 했다.
 
손동훈 대표의 주선으로 신봉건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인을 개발한 황덕기술단 김희규 대표는 "늘 디자인 상품 개발에 갈증이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한 조명은 양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페어에 참여해 1인 가구를 위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개발한 유재곤 디자이너(모멘텀 스튜디오)는 "이 프로그램이 지속해 다양한 신진 디자이너가 비즈니스 현장과 접촉하며 도전할 기회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올해 출품된 103개의 제품 중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평가를 거쳐 'DDP베스트어워드' 등 7개 부분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투표는 16일까지 열리며, 온라인 전시를 관람한 시민은 누구나 총 10개 제품에 투표할 수 있다. 시상식은 22일 열린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국내 탁월한 제조 기술에 청년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조·판매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미래 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DDP페어가 도심 거점의 디자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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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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