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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 갇혀사는 개…일어서지도 못하는데 '학대'는 아니다?

차 트렁크에 설치된 뜬장 안에서 살고 있는 개의 모습. 사진 조근영

차 트렁크에 설치된 뜬장 안에서 살고 있는 개의 모습. 사진 조근영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SUV 차량의 열린 트렁크 사이로 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애니띵]차 트렁크에 갇힌 개 구출한 사연

일어설 수조차 없는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는 개 두 마리. 얼마나 목이 말랐던지 종이컵을 내밀자 철창 사이로 혀를 내밀어 급히 물을 마십니다.  
  
이 개들은 왜 이렇게 트렁크에 갇혀 지내는 걸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트렁크에 갇힌 채 이름도 없이 길러져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복순이네 유기견쉼터. 왕준열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복순이네 유기견쉼터. 왕준열 기자

지난달 20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복순이네 유기견쉼터. 한때 교회로 쓰던 건물 안과 마당에는 전국 각지에서 구조된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살고 있습니다.
 
조근영씨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구보다 반갑게 맞이하는 두 녀석. 이 개들의 이름은 베니와 데이빗입니다.
 
차 트렁크에서 구조된 베니와 데이빗이 임시 보호자인 조근영 씨와 함께 있다. 왕준열 기자

차 트렁크에서 구조된 베니와 데이빗이 임시 보호자인 조근영 씨와 함께 있다. 왕준열 기자

유기견 개인 구조 활동을 하는 조씨가 베니와 데이빗을 알게 된 건 지난 8월. SNS를 통해 아파트 지하의 차 트렁크에 개 두 마리가 갇혀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직접 찾아갔죠.
 
정말로 차 트렁크에는 개 한 마리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뜬장(바닥에 구멍이 뚫린 철창) 4개가 설치돼 있었고요. 그 안에는 성견 두 마리가 갇혀 있었습니다. 갈비뼈가 드러나서 보일 정도로 영양 상태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정말 최악이었어요. 악취가 엄청났고, 일어설 수도 없고 뒤돌아 앉을 수도 없고요. 밥이나 물을 주면 정말 정신 나간 아이들처럼 먹었어요.”(조씨)

  

견주 “아파트에 키울 수 없어 잠시 둔 것”

차 트렁크에 4개의 좁은 뜬장이 설치돼 있다. 이 뜬장은 구조 이후 제거됐다. 사진 캣치독

차 트렁크에 4개의 좁은 뜬장이 설치돼 있다. 이 뜬장은 구조 이후 제거됐다. 사진 캣치독

개의 주인인 A씨는 이 개들을 8년, 4년 전 쯤 사냥용으로 데려와 키웠다고 하는데요.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고 해요. A씨는 전화 통화에서 “거기(트렁크)에서 키우는 게 아니다. 사냥 훈련을 시키려고 잠시 데리고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파트에서 사냥개를 키울 수 없어서 차 트렁크에 뒀다는 설명입니다.
 
동물보호법 7조는 ‘동물의 사육공간 및 사육시설은 동물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어나거나 눕거나 움직이는 등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 데에 지장이 없는 크기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를 어겨도 지자체가 제재할 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이 경찰과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봤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돌아온 답은 주인이 개를 때리거나 신체적으로 학대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 계양구청 관계자는 “사육환경 개선 요구를 지속해서 하긴 했지만, 보호자가 계속 관리를 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선 고발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훈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는 “우리나라는 굶겨 죽이거나 몽둥이로 때리는 ‘직접적인 학대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폭넓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더군요.
 

보호소 폐쇄 위기…베니·데이빗 미국서 입양키로  

트렁크에서 구조된 개의 모습. 털이 빠지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다. 사진 조근영

트렁크에서 구조된 개의 모습. 털이 빠지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다. 사진 조근영

트렁크에서 구조된 개의 모습. 털이 빠지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다. 사진 조근영

트렁크에서 구조된 개의 모습. 털이 빠지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다. 사진 조근영

수시로 차에 찾아가 물과 음식을 주던 조씨는 결국 동물구조단체인 캣치독의 도움을 받아 구조에 나섰는데요. 견주를 끈질기게 설득해 포기 각서를 받은 뒤에야 마침내 개를 좁은 트렁크에서 꺼낼 수 있었습니다.
 
구조를 진행한 캣치독의 정성용 대표는 “지자체나 경찰에서는 ‘권고 사항’만 내리기 때문에 동물학대 발견 시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하는게 구조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차 트렁크에서 구조된 베니와 데이빗이 임시 보호자인 조근영 씨와 함께 있다. 왕준열 기자

차 트렁크에서 구조된 베니와 데이빗이 임시 보호자인 조근영 씨와 함께 있다. 왕준열 기자

그로부터 두 달 뒤, 보호소에서 생활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개들. 이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각각 베니와 데이빗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현재 베니와 데이빗을 보호하는 유기견 보호소는 해당 지역의 재개발로 곧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100여 마리의 개들도 당장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해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최근 베니와 데이빗을 미국에서 둘을 입양하겠다는 기관이 나타났다는 건데요. 준비를 마치는 대로 곧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좁은 트렁크 안에서 힘들게 살아온 베니와 데이빗. 앞으로는 넓은 세상을 마음껏 뛰어다녔으면 좋겠네요.
 
천권필 기자, 이수민 인턴 feeling@joongang.co.kr
영상=왕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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