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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불허 처분 취소" 판결에도 꿈쩍않던 지자체…의무이행소송제로 바뀌나?

#1. 군무원 유모(55)씨는 지난 1994년 업무상 열린 부대 내 축구 경기 중 척추디스크를 다쳤다. 유씨는 2000년 법원으로부터 장애등급 8급이 적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유씨의 장애등급을 11급으로 결정했다. 결국 유씨는 연금공단의 장애등급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다시 내야 했다. 
 
#2. 경기도의 한 물류회사는 2011년 사업 확장을 위해 시청에 숙박시설 건축허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회사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4년 대법원에서 “시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는 2년간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을 받았는데도 시의 건축허가가 뒤따르지 않은 탓에 이 회사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참석해 ’행소법상 항고소송만으로는 행정청이 그 이행을 거부할 경우 행정청에 적극적인 처분을 요구할 수 없다“며 ’종국적으로 권리 구제나 보호가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실질적 권리 구제를 위해 반드시 (의무이행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참석해 ’행소법상 항고소송만으로는 행정청이 그 이행을 거부할 경우 행정청에 적극적인 처분을 요구할 수 없다“며 ’종국적으로 권리 구제나 보호가 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실질적 권리 구제를 위해 반드시 (의무이행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행정소송에서 승소하고도 적법한 행정처분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지난 26일 의무이행소송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무이행소송 제도는 법원이 정부의 행정처분 취소에 그치지 않고, 적법한 처분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법원은 부적법한 처분을 취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고인 행정기관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 처분을 하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국민 청구에 대해 위법하게 거부하거나 방치하더라도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며 “공수처 출범, 검찰 개혁 등 반드시 완수해야 할 것들 많지만, 의무이행소송 제도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국민의 실질적 권리 구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의무이행소송 도입 논의는 지난 20년간 사법부‧법무부의 꾸준한 요구 사안이었다. 대법원이 2002년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통해 개정안을 마련한 이후, 법무부도 2007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무부는 2011년 다시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선 2018년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법안을 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경건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안을 두고 “오랜 기간 논의를 거친 사안”이라며 “법원에서 구체적인 처분까지 결정하기 때문에 판결이 명확해지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출신, 지자체장 출신 입장 엇갈려  

박범계(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박범계(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그러나 당정의 결정이다 보니 주로 반대 목소리는 야당에서 나오고 있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법조계 출신과 지자체장 출신들 사이에 온도차가 있다는 게 이 사안의 특징이다. 판사 출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행정기관이 행정편의적 발생으로 사회적 약자와 국민을 돌볼 의무를 등한시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제도”라며 “적극적인 행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나치게 사법권이 비대해지지 않게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여야를 떠나서 국민의 권리 구제를 간결하고 실질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여당 의원은 “판사가 행정에 가지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아직은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개발정보 등 민감한 정보 때문에 행정처분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걸 판사에게 설명할 방법이 있냐”며 “취소 소송만 허용해 온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결정이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거나 판사가 집중 로비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여러 우려 사항들에 대해선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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