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월 24일 NC다이노스가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가 리니지 집행검 모형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8/253ced30-f872-4c5d-ac4b-e1026064dede.jpg)
지난 111월 24일 NC다이노스가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가 리니지 집행검 모형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①게임회사 DNA가 야구구단에 심어지기까지
ㆍ'택진이형' 김택진 엔씨 대표의 'AI 리더십'도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또 한 번 증명됐다. 김 대표는 아내인 윤송이 사장과 2011년 AI 연구조직을 사내에 만들었다. 엔씨는 현재 게임AI랩은 물론 비전AI랩·스피치랩·지식AI랩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내에서 AI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력도 200명이 넘는다.
ㆍ10년 전부터 AI(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자한 엔씨소프트는 데이터 기반 기술력을 야구에 이식했다. 빅데이터 창고 노릇을 하는 'D-라커'가 대표적이다. D-라커는 엔씨소프트가 2013년 개발한 야구 전력 분석 시스템. NC다이노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스마트폰으로 D-라커에 접속해 경기 기록·데이터·영상 등 자료를 분석해 전력 향상에 활용했다.
ㆍ엔씨소프트가 2018년 내놓은 야구정보 앱 '페이지'도 야구에 IT를 접목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야구 팬들을 위한 정보를 모은 페이지에는 야구경기 종료 직후 경기 내용을 편집한 영상들이 바로바로 올라온다. 모두 Ai가 편집한 영상들이다.
ㆍIT 회사 특유의 조직 문화도 야구단 운영 곳곳에 스며들었다. 다이노스의 사장·단장은 선수 이름을 막 부르지 않고 "○○○ 선수"라고 부른다. 창단 초기부터 모든 선수·직원들에 명함도 지급했다. 구단에 대한 애정, 소속감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선수들도 프런트 직원처럼 자신을 소개할 때 명함을 주고 받기도 한다. 구단은 또 지난해 '다이노스 볼(Dinos Ball)'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다이노스만의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구단 운영 백서'다.
![엔씨소프트의 AI 역량을 야구에 접목시킨 '페이지' 앱 화면. 2018년 처음 선보인 '페이지'는 야구 경기가 끝난 직후 AI가 자체적으로 경기 주요 영상을 편집해 보여준다. [엔씨소프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8/b0ce81ef-9009-41f5-b55f-48ba7dd45111.jpg)
엔씨소프트의 AI 역량을 야구에 접목시킨 '페이지' 앱 화면. 2018년 처음 선보인 '페이지'는 야구 경기가 끝난 직후 AI가 자체적으로 경기 주요 영상을 편집해 보여준다. [엔씨소프트]
②야구판에서도 중요해진 '데이터 리터러시'
ㆍ다이노스를 감독 취임 2년 만에 최정상으로 이끈 이동욱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이다. 그러나 데이터 리터러시만 따지면 국내 프로야구 감독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그는 "요즘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면 선수들이 수긍하지 않는다"며 "근거있는 코칭이 선수들에게 먹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미학·경제학 전공자인 임선남 다이노스 데이터팀장. 다이노스에는 임 팀장을 비롯한 비(非)선수 출신의 데이터 전문가가 4명, 선수 출신 데이터 분석가 8명이 '데이터팀'으로 일하고 있다. [엔씨소프트]](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8/a4acd4f6-ba65-420d-96ef-e9ebcc697d24.jpg)
미학·경제학 전공자인 임선남 다이노스 데이터팀장. 다이노스에는 임 팀장을 비롯한 비(非)선수 출신의 데이터 전문가가 4명, 선수 출신 데이터 분석가 8명이 '데이터팀'으로 일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ㆍNC 다이노스의 데이터팀은 지난 시즌 다이노스의 땅볼 타구 비율이 유독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땅볼 아웃 비율이 전체 10개 프로야구 구단 중 1위였던 것.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만 알아낼 수 있는 사실.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구단은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빠른 공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ㆍ'데이터 프렌들리(친숙화) 전략'은 구단 일부 직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선수들도 데이터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구단은 올해 2월 선수단 모두에게 최신형 태블릿PC를 지급했다. 선수가 원하는 대로 태블릿PC 제조사와 기종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③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ㆍ그러나 숫자 만능주의는 금물이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은 탬파베이를 월드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지난달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패한 결정적 이유도 데이터에 의존한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ㆍNC다이노스의 데이터 야구가 주목을 받은 최근 몇년 간 한국 프로야구에도 데이터야구가 유행처럼 번졌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구단 내 전력분석팀장 출신이다. 허 감독은 1998년부터 삼성에서 전력 분석 업무를 맡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 야구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도 8위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