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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금징어’된 속초의 음식 풍경

동쪽의 밥상

동쪽의 밥상

동쪽의 밥상
엄경선 지음
온다프레스
 
발길 닿는 곳마다 사람이 있고 음식이 넘쳐난다. 여행을 가든 업무 미팅을 가든 근처 맛집 검색은 일상이 됐다. 미슐랭가이드도 모자라 ‘이영자맛집’ ‘화사맛집’ ‘최자로드’ 등 내로라하는 음식 전도사의 발도장이 식당과 음식에 대한 평가를 대신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한가지. 이 수많은 음식은 어떻게 우리 밥상까지 오르게 됐는가. 저자는 이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식(食)은 인간의 생존 영역인 만큼 삶의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향토 음식은 마을 공동체 내 수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치면서 맛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도 깊게 배어 있다. 소셜미디어(SNS) 인증샷에는 담지 못하는 지역 음식 문화를 이 책을 통해 맛볼 수 있다.
 
저자는 강원도 속초 토박이다. 그물을 던졌다 하면 잡히던 오징어가 어느새 금징어(금+오징어의 줄임말)로 불리고 잔칫날에 먹던 아바이순대가 전 국민이 찾는 음식으로 대접받는 모습을 저자는 자라오면서 경험했다. 어촌 풍경이 달라지면서 음식 문화 역시 자연스레 변화를 맞이한다. 흔히 탕으로 즐겨 먹는 대구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는 이등 생선 취급을 받았다. 명태가 워낙 많이 잡히다 보니 지역민들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했다. 하지만 명태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대구가 꿰찼다. 정어리 역시 지금은 동해안에서 모습을 찾기 어렵다. 1930년대 동해안 일대가 ‘정어리 밭’으로 불리면서 일본 기업이 속초에 세운 온유비(정어리 기름·비료) 공장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정어리 기름을 짜는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책은 자취를 감춘 물고기 사연만 담은 게 아니다. 남한에 정착한 함경도 실향민과 얽힌 음식 이야기도 전한다. 함흥 출신 이섭봉씨가 1951년 속초 시내 국도에 ‘함흥냉면옥’ 간판을 내걸며 장사를 시작한 게 남한 함흥냉면의 원조다. 평양냉면에 비해 맵고 자극적인 맛이 남한 사람 입맛과 딱 맞아 일찌감치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책 읽다가 라면을 끓이게 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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