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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 없이는 장애인 해방도 없다”

짐을 끄는 짐승들

짐을 끄는 짐승들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 옮김
오월의봄
 
소고기·닭고기·돼지고기·계란·우유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는 목소리 앞에서 육식의 정당성을 옹호하기는 어렵다. 공장식 축산이야말로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주범이고(그렇다는 보고가 차고 넘치니 일단 인정하고 넘어가자), 조금이라도 실상을 알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미국의 화가이자 작가, 장애운동가 겸 동물운동가인 수나우라 테일러(38)의 이 책은 가령 앞의 문장에서 ‘비인간적’이라는 표현부터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인간중심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할 게 뻔하다. 테일러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문제 삼는다. 그리 명확하게 구분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테일러 자신이, 인간과 동물을 스펙트럼의 양쪽 끝에 각각 위치시킨다면 평범한 사람보다 동물 쪽에 보다 가까운 경우다. 관절굽음증을 안고 태어나 혼자서 걸을 수도, 손을 사용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보니 어려서부터 원숭이·개·가재·닭이나 펭귄을 닮았다는 놀림을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작가가 돼서 쓴 첫 단독 저작인 이 책도 컴퓨터 패드의 가장자리를 입으로 문 뒤 흔들어 가방에서 빼내는 고충 속에 썼다고 고백했다. 이럴 때 테일러의 내면이 남다른 점인데, 이렇게 말한다.
 
관절굽음증을 앓는 수나우라 테일러. 동물권 운동을 펼친다. [사진 Sunaura Taylor]

관절굽음증을 앓는 수나우라 테일러. 동물권 운동을 펼친다. [사진 Sunaura Taylor]

“나는 내 형상 속에서 동물을 느낀다. 이 느낌은 교감의 일종이지 수치심은 아니다. 나의 동물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내 몸이나 다른 비규범적이고 상처 입기 쉬운 몸들이 자신의 주변 세계를 움직이고, 보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존엄성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 내 동물성이 내 인간성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208·209쪽)
 
단순히 인간도 어느 정도 동물 아니냐는, 진화론에 입각한 동물성의 함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 스스로 동물임을 자처하는 태도가 종차별주의, 그러니까 뿌리 깊은 인간중심, 인간우선주의라는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게 테일러의 주장이다. ‘인간=동물’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 비로소 동물해방이야말로 우리 자신, 인간의 해방과 얽혀 있다는 생각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이니까, 역으로 동물해방은 인간해방. 이렇게 간단히 말하고나면 뭔가 심심한 수학 공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인데, 테일러는 자신의 실존 조건인 ‘장애’라는 변수를 추가한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쓰고 있지만, 실은 스스로 장애를 안고 있다 보니 동물들의 고통에 더욱 공감하고 주목하게 됐을 것이다. 어쨌든 종차별주의가 비장애중심주의(ableism), 그러니까 장애가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고 정상적이라고 보는 이데올로기로 얼룩져 있다는 게 테일러의 빛나는 통찰이다. 가령 인간의 오만한 신경전형주의(neurotypicalism)는 자폐증 없는 전형적인 인간의 뇌 구조만이 인간 특유의 인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특권화하는 한편 자폐 성향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들 특유의 인지과정은 열등한 것으로 간주해왔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종차별주의에 저항하는 동물권 운동과 비장애중심주의와 싸우는 장애인 인권 운동이 만난다.
 
테일러는 이제까지 아군으로 알려져 있던 공리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의 입장도 문제 삼는다. 그가 1975년 펴낸 『동물 해방』은 동물운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테일러는 싱어 역시 인간중심주의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급진적인 첨단의 동물운동 논리다. 어쩌면 이런 급진성 만이 사태 해결에 도움 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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